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이 사상 최대급의 3분기 영업이익 실적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이들의 이익 대부분은 은행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 ‘예대 마진’에서 나왔다. 예전에도 은행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 장사로 너무 쉽게 돈을 번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최근의 호실적이 다른 점은 정부 가계대출 정책 실패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지난주 발표된 KB금융지주의 3분기 순이익은 1조6000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7.9% 증가했다. 창립 이후 최고치다.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역시 4조4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다. 신한금융지주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작년보다 4.4% 증가한 4조 원이었다. 3분기에 신한투자증권의 파생상품 거래에서 1000억 원 넘는 손실이 났는데도 역대 최고다. 우리금융지주도 3분기에 900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려 같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급 실적을 냈다.
금융지주사들의 이익 대부분은 은행에서 발생했다. 3분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감이 미리 반영돼 시장에서 금리가 하락하는 시기였다. 일반적으로 금리 하락기에는 대출금리가 빨리 떨어지고, 예금금리는 천천히 내려 은행의 이익이 감소하는데, 이번엔 시장금리가 내리는데도 이익이 급증했다.
이런 이례적 현상의 원인으로 정부의 오락가락 부동산·가계대출 정책이 꼽힌다. 정부는 올해 들어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저금리 정책대출을 확대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주택 공급 전망까지 나빠지면서 집 사려는 이들이 몰려 대출이 늘고 은행 이익이 증가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시점을 7월에서 9월로 늦춘 뒤 대출이 폭증하자 이번엔 반대로 대출 조이기에 들어갔다. 9개 시중은행이 3분기 중 대출 규정을 강화한 게 21차례다. 은행들이 대출 억제를 위해 시장금리 움직임과 반대로 금리를 높이면서 이자 마진은 더 확대됐다.
결국 3분기에 은행이 낸 역대 최고 이익은 정책 헛발질의 결과인 셈이다. 게다가 대출을 축소하려는 금융 당국과 부동산 대출을 주관하는 국토교통부의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출 수요자에게 혼란을 초래하면서 은행들에는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 정부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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