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유성열]明 고소 못하는 여권과 수사 미적댄 검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27일 2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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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 사회부 차장
유성열 사회부 차장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 씨 때문에 여권이 초긴장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명 씨는 자신을 ‘명 박사’로 불렀다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추천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김 여사에겐 “일을 시킬 땐 3명에게 하라”는 조언을 건넸다고 밝히는 등 무차별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여권을 긴장시키는 폭로는 이뿐이 아니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 거래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 씨는 명 씨가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해주는 대가로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고 국정감사에서 밝혔다. 인사 추천이나 정치적 조언이 정말로 이뤄졌다면 국민들의 실망감은 커지겠지만 불법 행위는 아니다. 하지만 공천 개입 의혹이나 여론조사 조작 의혹은 사실로 드러난다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선거 범죄다. 그 파장을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사안인 것이다.

명 씨와 접촉한 것으로 지목된 인사 20여 명이 담긴 ‘명태균 리스트’까지 등장하면서 여권은 날마다 명 씨의 입만 쳐다보는 처지가 됐다. 명 씨가 폭로를 뒷받침하는 ‘스모킹 건’을 숨기고 있다는 소문도 유령처럼 여의도를 떠돈 지 오래다.

명 씨와 접촉한 여권 인사들은 명 씨를 ‘정치 브로커’로 치부하면서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몇 차례 만나긴 했으나 허무맹랑한 얘기를 많이 해 관계를 단절했다는 해명도 이어진다. 윤 대통령도 2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면담에서 명 씨와 접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단호하게 잘라냈다”고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권은 명 씨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고 명 씨가 처벌받도록 하면 된다. 하지만 명 씨가 고소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고소장까지 써놨다고 밝혔지만 실제 제출하진 않았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따르면 본인 등이 적극 말렸다고 한다. 법적 조치를 하면 ‘명태균 이슈’에 매몰돼 계속 뉴스가 이어질 수 있어 말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권의 시각은 다르다.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는 것 자체를 여권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본다. 수사가 진행돼 명 씨의 폭로가 일부라도 사실로 밝혀진다면 향후 있을 지방선거나 총선에서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여권이 명 씨를 고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명 씨와 김 전 의원을 수사 중인 검찰 역시 공교롭게도 더딘 모습이다. 경남선거관리위원회가 수사를 의뢰한 건 지난해 12월, 강 씨가 통화 녹음 파일 4000여 개를 검찰에 제출한 건 올해 초다. 하지만 검찰은 최근에야 강제수사에 착수하고 검사 2명도 뒤늦게 파견했다. 검찰은 여론조사 자료가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경남 창원의 한 공인중개사무소를 이달 초 압수수색했지만 별다른 자료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명 씨를 고소하지 못하는 여권과 수사에 미적댄 검찰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이 사태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더 궁금해하고 있다. ‘명태균 논란’을 종식하는 것은 국민들이 바라는 대로 실체적 진실이 조기에 규명되는 것임을, 여권과 검찰은 이제라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김건희#공천 개입#의혹#명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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