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교원 유급 노조전임자, 투명한 운영을[기고/김희성]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28일 2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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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만물이 결실을 맺는 가을이다. 깊어 가는 만추(晩秋)에 공무원과 교원의 노사 관계에도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지난여름부터 논의되었던 공무원·교원 근무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가 결정된 것이다.

타임오프제는 노조 조합원이 타임오프 한도 내에서 임금의 손실 없이 협의·교섭, 고충 처리 등 노사 공동의 이익을 다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민간 부문은 2010년에 도입했다. 그러나 공무원과 교원 노사관계에는 타임오프제가 도입되지 않아, 노조 활동에 어려움이 많다는 노동계의 볼멘소리가 있었다. 현 정부 들어 공무원 및 교원노조법을 개정하여 타임오프제를 도입하고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공직사회 내 건전한 노사 관계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

이번에 결정된 공무원·교원 타임오프 한도에 대해서는 여러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민간 한도에 비해 크게 낮다는 불만, 반대로 세금으로 노조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타임오프 한도 결정에 세금 지원과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공공 부문의 특성이 반영되고, 노·정·공 위원이 현장의 실태를 고려하여 원활한 노조 활동이 가능하도록 합의한 결과라는 측면에서 합리적인 결정이다.

공무원·교원 타임오프제 도입으로 노동기본권 신장과 함께 합법적·안정적 노조 활동도 보장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지금도 일부 기관에서는 노사가 짬짜미하여 노조 간부가 휴직을 하지 않은 채 보수를 받고 노조 활동만 하는 위법한 관행이 있다고 한다. 이제는 타임오프제가 제도화된 만큼, 법의 테두리 내에서 건전한 노사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현장에서 타임오프제를 악용하거나 편법으로 활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즉 노노 간 조합원 수를 둘러싸고 갈등하거나, 노사 공동의 이익을 다룬 업무가 아닌 곳에 타임오프를 사용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노정 모두의 적극적 노력과 확고한 의지가 필요한 때다. 정부는 교육과 홍보를 충분히 해야 하며, 법에 맞게 운영되는지 지도·감독해야 한다. 노조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 그릇된 관행이 있다면 청산하고, 합법 노조 활동을 해야 한다. 타임오프제가 자칫 일은 하지 않고 보수만 받아 가는 제도란 비판을 받지 않도록 노조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공공부문의 노조 활동은 항상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공공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이에 민간 부문과 달리 공무원 및 교원노조법은 타임오프 사용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만으로 투명성이 담보될 수는 없다. 당사자들이 제도를 준수하려는 실천 의지와 노력이 있어야 실질적 투명성이 확보된다.

한편 이번 합의는 사회적 대화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닌 노동계, 전문가와 정부가 함께 토론과 양보의 과정을 거친 자율적인 산물(産物)이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두터운 신뢰는 소중한 자산이 되어, 사회적 대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더 중요한 과제는 현장에 타임오프제가 안착되는 일이다. 노정 모두가 법의 틀 안에서 제도 취지에 맞게 이를 운영한다면 요원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 결과 타임오프제가 씨앗이 되어 건전한 공무원·교원의 노사 관계 발전이라는 가을날의 또 다른 결실을 기대해 본다.

#공무원#교원#타임오프제#노사 관계#노동기본권#공공부문#노조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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