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최근 급격히 상승(원화가치는 하락)해 1400원에 바싹 다가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다음 달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까지 높아진 영향이 크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로 낮아져 우리 경제가 고물가 수렁에서 벗어나나 했더니 고환율이란 또 다른 복병을 만나게 됐다.
어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90원 선 전후로 등락을 거듭하다 오후 3시 반 기준 1385원을 기록했다. 영업일 기준으로 이틀 연속 장중 1390원대에 오른 것이다. 원-달러 환율 1400원은 외환당국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린다. 과거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한국 경제가 중대한 위기를 맞을 때마다 환율이 이 선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최근의 환율 상승에는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고용, 소비가 탄탄한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달러를 강세로 이끌고 있다. 상승세를 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공약도 문제다. 실제로 수입품에 일제히 10% 관세를 물릴 경우 물가가 급등해 기준금리를 다시 높여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3분기에 뒷걸음질 친 한국의 수출은 원화가치를 다른 나라 화폐보다 큰 폭으로 끌어내린 요인이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달러가 줄기 때문이다. 과거 환율 상승은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긍정적인 면이 컸지만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생산이 늘어난 지금은 효과가 감소했다. 오히려 에너지·원자재 수입가격을 높여 물가를 불안하게 하는 부작용이 크다.
중동 정세 악화 등이 겹쳐 물가가 다시 요동칠 경우 지난달 38개월 만에 긴축을 끝낸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는 제동이 걸리게 된다. 서민, 자영업자의 무거운 이자 부담이 계속되고 내수 회복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또한 환율은 ‘상승이냐 하락이냐’의 방향성과 무관하게 급변동만으로도 큰 리스크를 수반한다. 정부는 수출의 걸림돌을 찾아내 서둘러 제거하고, 환율 급변동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서둘러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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