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존’의 원조는 10년 전쯤 등장한 노키즈존이다. 식당과 카페에서 벌어진 어린이 안전사고를 두고 주인에게 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이 이어지고, 똥기저귀를 버젓이 두고 가는 ‘맘충’ 논란이 들끓을 때였다. 해외에도 ‘차일드 프리존(child free zone)’이라며 어린이 출입을 막는 곳이 있지만, 한국처럼 당당히 아이들을 거부하는 나라는 드물다. 프랑스 르몽드는 올 초 “한국이 저출산으로 몸살을 앓는 건 우연이 아니다. 아이가 있다는 것만으로 피곤해지기 때문”이라며 500곳이 훌쩍 넘는 우리나라 노키즈존을 조명했다.
▷한국식 노키즈존은 연령과 계층, 성별로 세분화하며 진화하고 있다. 올여름엔 인천의 한 헬스장이 ‘아줌마 출입 금지’ 안내문을 내걸면서 노줌마존 논란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안내문 아래엔 ‘교양 있고 우아한 여성만 출입 가능’하다는 설명과 함께 아줌마를 정의하는 8가지를 제시했다. “나이 떠나 공짜 좋아하면, 대중교통 임산부 배려석에 앉으면, 둘이 커피 한 잔 시키고 컵 달라고 하면, 음식물쓰레기 공중화장실에 몰래 버리면….”
▷노키즈존 못지않게 빠르게 퍼지고 있는 건 노인 출입을 금하는 이른바 노실버존, 노시니어존이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직원에게 반말을 일삼고, 여자 사장을 마담이라 부르며 희롱하고, 때로는 담배를 피워대는 ‘무매너 어르신’들 때문이라고 한다. 충북 제천의 한 수영장에서는 67세 이용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게 발단이 됐다. 안 그래도 일부 노인들이 물속에서 볼일을 보기도 하고 천천히 수영해 방해가 됐는데 이참에 노실버존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쏟아졌다.
▷‘젊은 분들에게 인사, 대화, 선물, 부탁, 칭찬 등 하지 마세요’라는 공지문을 써 붙인 헬스장도 있다. 어르신들이 말 걸고 참견해서 불편하다는 젊은 회원들의 민원이 쇄도한 탓이다. 이어폰을 끼지 않은 채 큰 소리로 음악이나 유튜브를 켜놓는 노인들이 방해가 된다는 불평도 적잖다. 운동하다가 쓰러지고 다치는 노인이 늘기도 했지만, 젊은층의 불만이 커지자 안전사고 위험을 구실로 노실버존이 된 스포츠시설이 한둘이 아니다.
▷7년 전 노키즈존을 차별이라고 규정했던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번에도 고령자를 차별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고령이라는 이유로 스포츠시설의 회원 가입을 막는 건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이라는 것이다. 사실 노키즈존에서 문제인 건 아이들이 아니라 자녀를 통제하거나 훈육하지 않는 ‘무개념 부모’이고, 노줌마존과 노시니어존에서 문제인 건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일부 ‘진상 고객’이다. 문제의 행동을 제재하는 것과 특정 집단을 싸잡아 배제하는 건 엄연히 다르다. 늘어만 가는 노○○존은 배려와 존중보다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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