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마치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처럼 착각하는 듯하다. 중도 포기하지 않고 임기만 채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11월 10일 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열흘가량 앞두고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같이 말했다. 과거 정권에 몸담았던 이 의원은 “대선 때 우리가 합심해 대통령으로 만든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윤 대통령은 ‘내가 정권을 되찾아서 왔으면 됐지 무얼 더 바라느냐’는 태도”라고 했다. 요즘 ‘찐윤’(진짜 친윤석열)이 아닌 여당 의원들에게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라고 질문하면 걱정과 우려가 쏟아진다. 보수와 당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인 20%를 다시 찍었다. 9월 둘째 주에 처음 20%로 떨어졌다가 조금 오르더니 6주 만에 국정 동력이 사실상 방전된 상태에 처한 것이다.
평소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여당 의원은 “지지율이 워낙 바닥에 붙어 있지 않았나. 지지율이 1∼2%포인트만 올라가도 안도하거나 오히려 하지 말아야 할 결정과 행동을 한다”고 진단했다. 민심을 앞세워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을 요구한 한동훈 대표 앞에서 윤 대통령이 펜과 메모지 없이 두 팔을 쭉 편 채 마주 앉은 모습이 이를 상징한다고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 등 3대 요구사항을 확인된 잘못이나 구체적인 의혹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민심을 반박할 논리를 만들고 이를 민심이라 믿으며 용산 밖의 분위기에 격노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는 신랄한 비판도 나온다.
실제 체감 국정 지지율은 이미 10%대로 진입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수의 수도권 여당 의원들은 “지역에 갈 때마다 심하게 혼나고 있다”고 말한다. 보수 텃밭인 영남 의원들도 대통령을 향한 보수 민심의 우려를 느끼고 있다. 대구·경북(TK)의 대통령 지지율도 26%다.
그럼에도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대통령의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국민과 교감해 부족한 부분을 살피고 이를 고쳐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필요한 때다. 가장 낮은 수준의 변화라도 보여줄 수 있는 특별감찰관제 도입에 대해 대통령실은 국회 상황을 앞세워 반대하고 있다. 이를 두고 “드러누워 임기 완료를 기다리는 침대 축구를 보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도 임기 완주만을 목표로 삼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28, 29일 잇달아 의료 연금 노동 교육 등 “4대 개혁 추진이 곧 민생”이라며 성과를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이 어디에 살든 질 높은 의료 혜택을 받고 노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4대 개혁”이라고도 했다. 먼 훗날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는 ‘역사와의 대화식’ 화법으로 국민 설득은 어렵다.
겨울이 곧 다가온다. 더불어민주당은 롱패딩을 준비해 입고 장외로 나가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김 여사를 고리로 탄핵과 하야를 외치며 임기 완주를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 고리를 끊어내는 최소한의 노력을 임기 반환점을 돌기 전에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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