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내년 1월부터 주 3일은 반드시 사무실로 출근해야 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해고할 수 있다고 미국 본사 직원에게 통보했다. 올해 1월부터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형’ 근무제를 운용했지만, 정착이 더디자 해고까지 언급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실적이 뚝뚝 떨어진 스타벅스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브라이언 니콜 최고경영자(CEO)가 사무실 출근을 주도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이후 사무실 근무로 회귀하는 미국 기업들이 늘고 있다. 2020년 재택근무를 앞장서 도입한 구글은 최소 주 3일 사무실 출근을 권고하고 이를 인사고과에 반영한다. 메타 역시 주 3일 사무실 출근을 하지 않으면 해고가 가능하다. 아예 대면 근무로 전환한 기업도 있다. 아마존은 내년부터 사무직 직원은 주 5일 출근해야 한다. JP모건은 임원에겐 주 5일 출근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해보니 대면 근무의 장점이 분명하더라고 말한다. 재택근무로 일상적인 업무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 몰라도 협업을 통한 혁신이나 생산성 향상 등은 일어나지 않았다. 직원 간 피드백이 줄면서 역량이 정체되고 조직 문화를 공유하기도 어려웠다. 최근 에릭 슈밋 전 구글 CEO는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뒤처진 배경으로 재택근무를 꼽으며 “구글이 승리보다는 ‘워라밸’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그 발언을 거둬들였지만 아마 진심일 것이다.
▷하지만 재택근무의 편안함을 경험한 미국 직장인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사무실 출퇴근을 해보지 않은 MZ 직장인들은 규칙적인 출근 자체를 고통스러워한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설문에 따르면 아마존 직원 73%가 주 5일 사무실 출근 통보 이후 새로 구직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갑자기 회사 근처로 이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 사실상의 퇴직 강요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실적이 악화한 스타벅스나 중간 관리자를 10% 감축하겠다고 밝힌 아마존이 사무실 출근을 강제한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빅테크들이 생성형 AI 보급으로 개발자 수요가 줄어들자 사무실 근무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면 근무로 속속 선회하는 회사와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개인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하이브리드형’ 근무 형태가 37%로 재택근무(32%)나 사무실 근무(31%)를 앞질렀다. 미국 회사 약 9000곳의 근무 형태를 조사한 결과다. 평균 출근일은 주당 2.5일이다. 회사와 직원 간 어느 정도 절충이 이뤄진 셈인데 앞으로 어떤 근무 형태가 대세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같은 시간, 같은 공간 동료와 일하며 자극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회사뿐만 아니라 개인도 성장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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