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1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ICBM 발사는 작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고각(高角)으로 발사된 미사일은 7000km 넘게 솟아 86분간 날아 동해에 떨어졌다. 역대 최대 고도, 최장 시간 비행이다. 정상 각도(30∼45도)로 쐈다면 사거리가 1만6000km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 군은 “기존 ‘괴물 ICBM’의 11축 이동식발사차량(TEL)보다 긴 12축 신형 TEL에서 쐈을 수 있다”며 고중량 탄두나 다탄두형 ‘초거대 ICBM’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11·5 미국 대선을 닷새 앞두고 미 본토 전역을 직접 타격할 미사일 능력을 앞세워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에 따른 대남 공세에 주력했고, 미사일 도발도 단거리 위주였다. 그러던 북한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에 대규모 병력을 보내 세계를 놀라게 했고, 그간 자제하던 ICBM 도발까지 벌였다. 앞으로 정상 각도로 ICBM을 발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번 발사는 러시아가 지상·해상·공중 발사 미사일로 구성된 3대 핵전력을 모두 동원한 전략핵 훈련을 시행한 지 하루 뒤에 이뤄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러시아의 대규모 핵 훈련은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군에 장거리미사일 사용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실시됐다. 핵무기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대미 핵 협박 공세인데, 거기에 북한도 ICBM 발사를 통해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를 연출한 것이다.
북한 김정은도, 러시아 푸틴도 이번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염두에 둔 도발에 긴밀히 합작하고 있다. 북한군 파병 도박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현재 상태에서 동결(凍結)하자는 트럼프식 종전 가능성에 대한 푸틴의 기대, 나아가 러시아의 지원으로 핵미사일 개발을 완결해 유리한 위치에서 트럼프와 거래하겠다는 김정은의 계산에서 나왔을 것이다. 커져만 가는 북-러 합작 위협에 우리의 대응 전략도 기민한 조정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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