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내년에 복귀하는 의대 1학년생들의 교육 과정을 현행 6년에서 5.5년이나 5년으로 줄여서 운영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의 휴학을 조건 없이 허용하기로 함에 따라 내년에 증원된 신입생과 복귀생들이 한꺼번에 수업 받을 가능성이 커지자 과밀 해소 대책으로 교육 과정 단축 방안을 꺼내든 것이다.
대학 자율이라는 명목으로 무리한 의대 증원 정책의 뒷감당을 하게 된 대학들은 고심이 크다.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은 의대가 교육 정상화를 위해 요구해온 대책이지만 전국 40개 의대 중 휴학을 승인한 대학은 6곳에 불과하다. 휴학을 승인할 경우 등록금 수입을 포기해야 해 재정적 타격이 크다. 특히 사립대는 정부 지원 없이 교육과 수련 시설에 투자하느라 재정이 빠듯한 형편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재정이 의대로 몰리자 다른 단과대학들이 반발하는 등 내홍도 심화하고 있다. 정부의 무리한 의대 증원에 부응해 감당 못 할 증원을 요구한 대학이 자초한 어려움이다.
대학의 휴학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학생들이 당장 복귀할 가능성은 없어 의대 교육 부실화는 불가피해졌다. 증원된 신입생에 복귀생들까지 7500명이 길게는 11년간 함께 교육과 수련을 받아야 한다. 강의실 수업이야 온라인 강의로 어찌어찌해 본다지만 실습과 수련은 ‘참관’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3년간 국립대 의대 교수 1000명을 충원한다는 교육부 계획도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의대를 5년제로 단축 운영한다는데 ‘수의대 6년, 의대 5년’을 누가 납득하겠나.
이 모든 혼란은 의대생들의 집단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합리적인 ‘플랜B’ 없이 대폭 증원을 일방적으로 강행한 정부 탓이 크다. 집단 휴학 사태가 아니어도 연간 2000명 증원은 교육 여건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는 규모다. 정부는 개별 의대의 증원 요구를 토대로 증원 규모를 확정했다고 하지만 의료인력 수급의 최종 책임은 정부에 있다. 의대 증원 정책의 오류를 인정하고 유연한 태도로 의료계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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