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제안한다[내 생각은/심재국]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3일 22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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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평창군은 서울의 2.4배나 되는 면적에 적은 인구가 흩어져 지내고 있다. 그런 만큼 폭넓은 의료 서비스 제공이 요구됨에도 관내에 병원급 의료기관이 없어 보건소에 병원 기능을 추가한 ‘보건의료원’을 군에서 운영하고 있다.

최근 군에서 연구 용역을 통해 진행한 분석을 보면 보건의료원 기능을 강화해 투석실, 재활치료실 등을 갖추고 주민에게 긴요한 서비스를 공급하려면 2025년 기준으로 연간 46억∼70억 원의 추가 예산 투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건강보험은 주로 서비스 제공량에 비례해 보상한다. 이 때문에 평창군 같은 지역의 경우 현실적으로 이용량이 많지 않은 진료 과목은 건강보험 수가만으로 운영할 수 없다. 결국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예산이 추가로 투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듯 건강보험으로 의료 취약지의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제공할 수 없다면, 필수의료의 원활한 제공을 위해 국가에서 지방자치단체에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가칭)지방의료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제안한다. 이는 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취지를 차용한 것으로 의료 서비스를 균형 있게 제공하기 위해 의료취약지역 지방자치단체에 의료기관을 설치·운영하는 데 필요한 재원의 일부를 교부금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의료취약지역 지자체는 이 교부금으로 공공 의료기관의 운영비나 인건비를 충당하거나 응급실, 소아청소년과 등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는 민간 의료기관에 보조금 형식으로 지급할 수 있다. 또 공공 의료기관이 없는 의료취약지역은 교부금을 통해 공공 의료기관을 설치할 수 있고, 이 경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병원급 의료기관이 아닌 일차 의료와 만성 질환 관리에 특화된 의원급 의료기관 설치를 우선 추진할 수 있다.

평창군에 이런 교부금이 지급된다면 앞서 언급한 연구 용역에서 제안한 보건의료원의 기능 강화 및 의료진 추가 모집에 사용하고자 한다. 지역 필수의료는 ‘적자’를 메우는 관점이 아니라 적극적 ‘투자’의 마음가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교부금이 투입되는 만큼 지자체의 필수의료 책임 역시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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