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식 매도를 외쳐 온 미 월가의 대표적 테슬라 회의론자 GLJ리서치 고든 존슨 애널리스트. 그는 최근 미 대선판에 끼어든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행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평했다.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선거 유세에 직접 뛰어들었고, 베이조스는 워싱턴포스트의 사주로서 신문의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을 막아 대선전의 한복판에 섰다. 존슨은 이들의 행보가 “사업적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공개적으로 해리스 지지 선언을 한 CEO도 적지 않다. 스타벅스, 블랙스톤, 머크 경영진들은 “예측할 수 있는 경제 정책을 원한다”는 성명까지 내고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미 억만장자들의 대선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눈치 보기는 미국치고도 이례적이란 평가다. 뼛속부터 기업가인 이들은 어떤 이해관계로 미 대선을 바라보는 것일까. 머스크와 베이조스만 보면 이 둘은 묘하게 겹치는 사업이 많다. 둘 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한 우주 사업, 정부의 인프라 지원이 절실한 인공지능(AI) 기업을 운영한다.
이들이 대선전에 직간접으로 개입하면서 잃는 것도 많다. 한때 테슬라 차주들은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은 민주당 성향 이미지가 있었지만 머스크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탓에 테슬라 브랜드 이미지도 흔들리고 있다. 베이조스는 전통의 워싱턴포스트 독자들로터 비난을 받는 데다 아마존 프라임 절독 캠페인 조짐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리스크, 미 우선주의, 산업 전환에 따른 정부 파워가 커져 대선 눈치를 봐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의 효율적 경영 판단이 중요했던 자유무역주의 시대가 끝나가고 보호무역주의 속에 ‘큰 정부’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신호탄인 셈이다.
예를 들어 머스크는 “관세(Tariffs)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한 트럼프가 당선되면 중국 BYD의 미국 공습 작전을 피할 수 있다. 산업 전환 측면에서도 ‘큰 정부’가 부상하고 있다. AI, 자율주행, 전기차, 기후변화 등 미래 정책은 정부 보조금이나 전력망과 같은 정책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미국이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 직후 재가입하며 글로벌 기업들의 탄소 배출 로드맵이 갈지자를 그렸던 사례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비단 미국 기업뿐 아니라 한국 산업계도 그 어느 때보다 미 대선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국 정치보다도 미국 대선이 더 관심사”라고 발언할 정도다.
미 우선주의와 산업 전환의 여파 속에 우리 4대그룹이 미국에 투자한 104조 원 규모의 투자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경기 위축으로 재계에선 미국 과잉투자 우려도 나오는 상황에서 누가 돼도 향후 투자 압박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 기업과 행정부의 결속, 자국 우선주의 속에 한국도 그 어느 때보다 민관 리더십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