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를 공격하면서 유엔평화유지군 기지를 침공했다. 세계가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했다. 그런데 유엔평화유지군의 역사를 보면 이런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과거 수많은 분쟁지역에서 막상 충돌이 시작되면 평화유지군은 힘없이 밀려나기 일쑤였다. 오래전부터 이런 말이 돌고 있다. “유엔평화유지군은 평화로운 지역에서만 활동하는 군대이다.” “평화유지군은 있는 평화를 유지하는 군대이지, 없는 평화를 만들어 내는 평화조성군이 아니다.”
미리 말하지만 유엔평화유지군의 가치와 노력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다. 평화유지군은 인류 역사에 없었던 가상하고 기념비적이며 숭고한 노력이다. 평화유지군이 허약해 보이고, 실전 상황에서 전쟁억지력이 없어 보이는 건 평화유지군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가 평화유지군의 역할을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오해는 물리적으로 전쟁을 막는 방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과 관련된다.
물리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려면 물리력을 행사해야 하고, 몇 개국이 실제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러다 보면 유엔의 다국적군 투입이 하나의 전쟁이 되고 국가 간에 앙금이 남는다. 유엔군이 투입된 6·25전쟁은 우리에겐 운이 좋았던 사례이다. 이런 대규모 다국적군을 편성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중요한 전쟁은 죄다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얽힌다. 이런 문제가 없다고 해도 분쟁지역마다 실전 군대를 투입하면 어쩌면 유엔은 1년 365일 전쟁을 치르는 전쟁기구가 되며, 세계의 모든 나라를 전시 상태로 몰아넣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세상만사를 너무 쉽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 전쟁 없는 세상이란 목표는 너무나 높은 산이다. 평화유지군은 보다 나은 세상을 향한 작고 힘겨운 한 걸음이다. 그들의 노력과 수고를 평가절하하거나 무용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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