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봉한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황폐해진 세상 속에서 거침없이 나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뤘다. 감독 조지 밀러는 한 인터뷰에서 “지구는 대재앙 수준의 기후위기를 겪고 있으며 세상은 매드맥스 속 세계처럼 변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최근 상황을 보면 ‘투모로우’, ‘인터스텔라’ 등 널리 알려진 SF 영화들이 그려낸 기후위기가 더 이상 상상 속이 아니라 어느새 우리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일상을 위협하는 듯하다.
일상으로 들어온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여러 대책을 내놓고 추진 중이다. 먼저 기후위기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 친환경 건물 및 교통체계 구축 등 사회 전반의 인프라를 개선하고 있다. 기후변화 감시·예측 체계를 강화하고, 과학적 예측에 기반해 기후변화 적응 대책도 마련 중이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만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시기는 지났다. 2026년부터 기후 관련 기업들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공시가 의무화되는 등 민간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기후위기 대응이 필수 고려사항이 되면서 미래 기후 예측 정보의 수요 역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배출량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달라지는 미래의 기후 상황을 시나리오별로 보여주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지구 온도가 상승해 폭우나 폭염 같은 극단적 날씨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 기후 재난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미래를 보여주기 때문에 현재 우리의 선택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정책 결정자들은 이를 과학적 근거로 삼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항해사가 나침반을 활용해 불확실한 바다를 항해하는 것처럼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미래의 기후 상황을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길잡이가 된다. 폭풍과 파도에도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나침반처럼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활용할 때 우리는 올바른 방향을 잡고 안전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최근 스페인 남동부 지역에 폭우가 쏟아져 200명 이상의 인명 피해를 낸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 역시 기후변화에 따른 극단적 현상으로 평가되는데 현지에선 정부가 새로운 기상 여건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더 외면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현실이 된 만큼 우리는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기후위기에 대비하는 역량을 한층 키워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달 시행된 ‘기후·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 등에 관한 법률’은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역량을 한층 강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기후위기 감시 및 예측 총괄·지원 기관으로서 기후변화 시나리오 표준 규격을 마련하고, 다수의 예측 정보를 통합해 일관성 있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망망대해에서도 나침반이 있다면 두렵지 않듯이 국가 표준으로 일원화된 기후변화 시나리오와 함께 우리 모두 기후위기 시대를 용감하게 헤쳐 나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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