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고용허가제를 통해 거쳐 간 외국인 근로자는 100만여 명에 이르며, 중소기업 현장의 만족도와 외국인 근로자의 선호도도 매우 높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조사 결과 비전문인력(E-9)의 직무수행 역량은 만족기업(49.2%)이 불만족기업(20.0%) 대비 2배 이상 높다. 통계청과 법무부에 따르면 외국인 임금근로자 중 비전문인력(E-9)의 직장 만족도는 전문인력(E-7), 방문취업(H-2) 등 타 체류자격 대비 높게 나타난다. 고용허가제는 현장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 국제노동기구(ILO),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로부터 투명성과 공정성이 높고 노동 착취와 불법 체류를 개선한 모범적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제 저출산·고령화 및 산업구조 고도화 등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숙련 외국 인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용허가제의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외국인 숙련 인력이 공백 없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행 ‘외국인고용법’상 외국인 근로자는 최대 9년 8개월까지 취업할 수 있다. 다만, 비전문 인력의 정주화를 방지하기 위해 근로자는 입국 후 4년 10개월이 경과하면 반드시 출국한 후 6개월 뒤 재입국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러한 단기 순환 원칙 때문에 중소기업은 해당 기간 동안 인력 공백이 발생한다. 현장에서는 재입국 없이 취업 활동 기간을 추가 연장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62.9%가 현행 최대 체류 기간(9년 8개월)보다 3년 이상의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통계청과 법무부에 따르면 비전문인력(E-9)의 68.2%가 기간 만료 후 체류 기간 연장을 통해 한국에 계속 취업할 계획이 있다. 장기간 근무한 역량 있는 외국인 근로자라면 별도 출국 없이 사업장에서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둘째, 숙련 인력은 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 인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외국인 유학생이 고용허가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비전문인력(E-9)으로의 체류자격 변경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학사 이하 학위 과정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21년 9월 6만7000명에서 2024년 9월 9만8000명으로 최근 3년간 3만1000명, 46.2% 증가했으며, 이들 중 35.4%가 졸업 후 한국에 취업할 계획이 있다. 하지만 현행 외국인고용법은 이미 입국해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을 고용허가제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숙련 인력 유입과 중소기업 인력난 완화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역량을 갖춘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고용허가제에 참여하고 있는 17개국 출신의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 능력, 졸업 평균 학점, 기초자격 수준 등을 전환 요건으로 우선 선발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숙련 외국인력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주요 선진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독일, 일본 등 주요국들은 최근 들어 외국인 체류자격을 수요자 중심으로 개선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처음부터 숙련된 인력을 도입하는 방안뿐만 아니라 도입한 인력의 숙련도를 높이면서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용허가제가 앞으로도 외국인력 활용에 있어 모범적인 제도로 운영될 수 있도록 외국인고용법이 신속히 개정되기를 바란다. 고용허가제 업그레이드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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