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인사이트]‘무늬만 승진’이 이직을 부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7일 2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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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는 모든 관리자가 좋아하는 우수한 자질을 갖춘 최고 성과자였다. 신뢰할 수 있고 열심히 일하며 일관성 있게 양질의 결과물을 내놨다. 그는 영역을 넓히기 위해 지난 4년 동안 두 번 사내 다른 부서의 직책에 지원했다. 하지만 모두 그 부서의 다른 지원자에게 자리가 돌아갔다. 마르타는 기존 부서에서 승진하고 새로운 직책을 얻었지만 급여 인상은 없었다. 그는 한 달 후에 사직했다.

이 가상의 이야기는 우리가 직장에서 목격하는 실제 현상을 반영한다. 오늘날 조직에서 커리어와 승진을 관리하는 방식은 잘못돼 있다. 동기 부여가 아니라 불만과 이직의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 ADP의 자료에 따르면 마르타 같은 직원의 29%가 승진 후 한 달 이내에 퇴사했다. 반대로 승진에 실패해서 퇴사한 직원은 18%에 불과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렇게 승진과 새로운 직책을 제공하지만 급여 인상은 없는 이른바 ‘무늬만 승진’이 퇴사의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한다. 무늬만 승진을 제공하는 기업의 수는 2018년 5%에서 2024년 13%로 증가했다. 직원들은 승진 덕분에 구직 시장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이직에 성공한다. 직원 임금 인상분만큼의 돈을 절약했을지는 몰라도 이직으로 훨씬 더 많은 손실을 보는 ‘소탐대실’의 사례다.

부서 이동을 포함한 승진은 한때 경영진 개발 프로그램의 특징이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은 1980년대 들어 평생 고용과 함께 사라졌다. 닷컴 시대의 경직적인 노동 시장에서 기업들은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 새로운 접근 방식을 도입했다. 현직 직원이 조직의 공석에 지원하고 다른 상사가 나를 원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입찰 및 공고’ 시스템 또는 사내 구인 게시판이다. 직원들이 다른 곳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보다 조직 안에서 더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찾도록 하는 것이 낫다는 게 명분이다.

그러나 시스템은 잘 작동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오래된 문제인 인재 비축이다. 관리자는 고성과자를 계속 붙잡아 두고 싶어 한다. 다른 부서로 내보낼 이유도 없다. 마르타의 매니저는 마르타의 부서 이동을 막으려 했을 것이다. 실제로 이동도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본인이 부서 이동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매니저 밑에서 다시 일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렇게 되면 마르타는 다른 곳에서 다른 직장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기회가 차단된 직원은 관리자가 본인 이익만을 위해 행동한다고 믿게 된다. 설령 상사를 위해 더 많이 노력하려는 마음이 남아 있더라도 그 정도가 줄어든다.

사내 인재 시장은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한다. 다른 업무를 희망하는 직원과 채용 공고를 낸 관리자를 더 똑똑하게 매칭하는 기술 기반 시스템이다. 정규직 채용뿐만 아니라 단기 프로젝트나 임시직 채용에도 사용할 수 있다. 관리자는 직원 이동을 막을 수 없다. 다만 이동 시점에 대해 인사팀과 협의할 수 있을 뿐이다.

최근 수년 동안 기업들은 사내 이동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유니레버, IBM, 슈나이더 일렉트릭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퇴사자의 47%가 매력적인 사내 기회를 찾지 못했다고 답한 것을 발견했다. 2019년 직원들이 본인의 목적과 목표를 공유하고 채용 관리자에게 홍보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을 구축했다. PwC도 지난해 사내 인재 시장을 열었다. 이런 조치를 취한 기업들은 직원 생산성 및 만족도, 참여도 향상, 채용 비용 절감 등의 이점을 경험했다.

사내에 인재 시장을 만든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리더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해 직원들을 지원해야 한다. 먼저 더 많은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조직문화가 인재 시장에 반한다면 활성화될 가능성이 낮다. 리더는 시장 형태의 접근이 왜 조직에 이득이 되는지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단순히 인사 프로그램이나 직원을 위한 혜택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필수 요소라는 점을 조직의 모든 구성원에게 명확히 인식시켜야 한다.

다음으로 관리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리더는 부하 직원의 발목을 잡으려는 상사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관리자의 연례 성과 관리 검토에 이를 반영하고 금전적 인센티브와 연계할 수도 있다. 프로세스가 공정한지 추적하는 것도 중요하다. 직원의 내부 이동에 대한 차별, 괴롭힘 등을 방지해야 할 법적 책임이 외부 채용을 할 때와 동일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직원들의 실제 경험을 이해해야 한다. 고용주는 참여도 설문조사에 ‘조직 내 이동 기회가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추가해 전반적인 경력 관리 경험을 점검해야 한다.

※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디지털 아티클 ‘사내 인재 시장이 무늬만 승진 막는다’를 요약한 것입니다.

#승진#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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