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어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금리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영향으로 오히려 고공행진 중이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점을 가늠하던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두 달 전 0.5%포인트 ‘빅컷’에 이은 인하로 미국 기준금리는 4.50∼4.75%로 떨어졌다. 한국 기준금리 3.25%와의 격차는 1.5%포인트다. 일반적 상황이면 한은도 금리를 내릴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2.5%였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2∼2.3%로 낮아질 전망이어서 경기 부양도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방향이 불확실해진 금리가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대로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물릴 경우 잦아들던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재발해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멈추거나, 속도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법인세·소득세 감세 공약까지 현실화해 재정적자가 늘어나면 트럼프 2기 정부는 막대한 국채를 찍어내야 하고, 그로 인해 국채금리는 상승(국채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트럼프 정부가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품에 10∼20%, 중국산에 60% 관세를 실제로 물릴 경우 한국의 수출액이 7∼8% 감소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달러가 줄어 환율이 더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하고, 그로 인해 수입물가가 더 높아지면 한은은 소비가 위축되는데도 기준금리를 높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내년 1월이면 현실로 닥칠 ‘트럼피즘’은 한국에 고금리·고환율 쇼크를 던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인 과도한 가계대출이 금융시장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금융당국은 대출 증가의 속도, 규모를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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