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간 이어져 온 의정 갈등의 출구를 찾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11일 출범한다. 9월 초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 우려에 당정이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의료계에서는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 정부 측 인사로는 한덕수 총리, 이주호 교육부총리, 성태윤 대통령실정책실장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여한다.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한다는 소식에 기대보다 우려의 마음이 앞서는 이유는 의정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쥔 전공의 단체와 야당 측 인사가 빠진 채 문 열고 출발하는 모양새인 탓이다. 전공의들은 올해 의대 정원도 의제로 올려야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여당보다 앞서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전공의 단체 대표가 빠져 있다며 참여를 보류하고 있다. 당정은 응급 환자가 급증하는 겨울 추위가 오고 있어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고 하지만 반쪽짜리 회의체에서 어떤 합의를 하더라도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야의정 협의체 말고는 의료대란을 막을 마땅한 대안도 없는 상황인데 의제 문제에 발목이 잡혀 한 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으니 이렇게 여유를 부려도 되는 때인가 싶다. 정부는 올해 의대 정원은 수시 원서 접수가 끝났기 때문에 더 이상 추가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정원이 조정되면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은 사실이나 증원을 강행할 경우엔 의료 붕괴와 의대 교육대란이 우려된다. 여야의정 가운데 정부를 제외한 3자 모두 올해 정원부터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의료계에서도 초강경파인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좌충우돌식 언행 끝에 10일 불신임 당하면서 협회가 새 지도부를 꾸리는 대로 대화에 전향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간이 갈수록 입시 혼란과 의료 공백, 의대 교육 부실화 문제는 커지고 이를 막기 위한 비용도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것이다. 정부와 여야, 법정 단체인 의사협회와 전공의들 모두 책임감을 가지고 의제 제한 없이 모여 어떻게든 의정 갈등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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