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지수나 자산 추종하도록 설계… 여러 주식에 한번에 투자하는 효과
증권사-금융회사가 시장 조성 역할
거래량-가격 안정적으로 유지 가능
언제든 거래할 수 있게 유동성 보장
어릴 때 명절이 되면 집에 한두 개씩 들어오던 종합선물세트가 떠오릅니다. 상자 안에 햄, 참기름, 통조림 과일 등이 다양하게 들어 있어 설레며 뚜껑을 열었던 기억이 납니다. 종합선물세트는 하나의 상자에 여러 종류가 담겨 다양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특정 지수-자산 추종하는 ‘ETF’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를 쉽게 말하면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은 투자 상품입니다. ETF 하나만 사면 여러 주식에 동시에 투자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코리아 기술주 ETF’는 국내 기술주 종목 여러 개가 포함된 상품입니다. 고민해서 특정 주식을 고르지 않고도 기술주 전체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종목을 하나로 묶었기 때문에 특정 주식이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주식이 그 손실을 보완해줄 수 있어 투자 리스크가 낮아집니다.
ETF는 특정 지수나 자산의 움직임을 ‘추종’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국내 대표 기업 200개로 구성된 주가지수를 따라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스피200 지수가 오르면 ETF 가격도 오르고, 내리면 ETF 가격도 내리게 됩니다. 추종이 가능한 이유는 ETF 운용사가 그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주식을 동일한 비율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지수에서 삼성전자가 1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 ETF도 삼성전자 주식을 전체 자산의 10% 정도 보유해 지수의 움직임과 최대한 일치하도록 유지하는 것입니다.
ETF는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도 중요합니다. 만약 ETF에 유동성이 부족하면 ETF 거래가 어려워져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시장 조성자(Market maker)입니다. 시장 조성자가 없을 경우 매수나 매도 주문이 적어 가격이 왜곡되거나 거래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 시장 유동성 제공하는 ‘시장 조성자’
증권사 또는 금융사가 맡는 시장 조성자는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해 ETF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투자자 A 씨가 ETF를 사려 하는데 매도자가 없어 거래가 어려울 경우 시장 조성자가 자체 물량을 매도해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식입니다.
시장 조성자는 ETF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도 합니다. ETF의 가격이 너무 높거나 낮아질 때 적정 가격으로 돌아가도록 ETF를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A 씨가 ‘호랑이 기술주 톱10 ETF’를 사려는데 시장에서 해당 ETF의 매도 수요가 부족해 가격이 이상 급등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시장 조성자가 즉시 ETF를 매도하며 공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킵니다. 반대로 매수 수요가 부족해 가격이 떨어질 경우 시장 조성자가 ETF를 사들여 가격이 적정 수준으로 돌아오게 합니다.
시장 조성자가 필요한 이유를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가끔 중고 거래 앱에서 여러 명이 원하는 물건을 파는 사람이 없을 경우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등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같은 물건을 파는 사람이 많아지면 매물만 쌓이면서 가격이 급락하기도 합니다. 이때 만약 시장 조성자가 있다면 대신 사거나 팔면서 가격이 너무 오르거나 내리지 않게 유지하고, 언제든 사고팔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또 시장 조성자는 ETF의 ‘순자산가치(NAV·Net Asset Value)’와 시장 가격 간의 차이를 최소화하는 역할도 합니다. 예를 들어 ETF가 보유한 자산의 실제 가치는 1만 원이지만 시장에서 9800원에 거래되고 있다면 시장 조성자가 개입해 1만 원 수준이 되도록 조정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ETF의 실제 자산 가치에 근접한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조정을 통해 ETF의 가격은 특정 지수나 자산의 움직임을 추종하며 크게 벗어나지 않게 됩니다.
정리하면 증권사나 금융사 같은 시장 조성자의 역할 덕분에 ETF의 유동성이 충분히 보장되고, 적절한 가격으로 매매할 수 있는 겁니다. 이를 통해 개인투자자는 안정적이면서도 편리하게 ETF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 패시브 펀드와 액티브 펀드의 차이
ETF에는 패시브 펀드와 액티브 펀드가 있습니다. 패시브 펀드는 코스피200 같은 시장의 특정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코덱스200’ 등이 있습니다. 패시브 펀드는 시장 수익률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관리가 비교적 간단하고 그만큼 수수료가 낮습니다. 반면 ‘타이거 미국테크액티브’ 같은 액티브 펀드는 운용 전문가가 시장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해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합니다. 그만큼 수수료도 높고, 리스크도 패시브 펀드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패시브든 액티브든 ETF는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어 원할 때 바로 거래가 가능합니다. 일반 펀드가 거래에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주식과 같은 방식으로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다는 것은 ETF의 매력입니다.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하면 개별 주식에 투자할 때 생길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시장 전체 또는 특정 산업의 평균 수익률을 쉽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개별 종목을 선택하지 않고도 넓은 분산 투자의 효과를 누릴 수 있어 간편하고 효율적인 투자 방식이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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