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 대상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태균 게이트’, 김 여사의 공천·선거 개입 의혹으로 한정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14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제출하기로 했다. 기존 특검법안의 수사 범위가 명품백 수수, 관저 이전,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14개 의혹이었던 것에 비해 대폭 축소된 것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도록 돼 있던 조항도 수정해 제3자에게 추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야당만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것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제한하고, 수사 범위도 너무 넓다는 점을 특검법 반대의 주요 근거로 제시해왔다. 여권이 문제 삼는 논란의 조항들을 제거해 특검을 반대할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게 야당의 의도일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수사 범위 축소 등은) 민주당의 말뿐”이라며 수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대신 여당은 특별감찰관에 집중하겠다는 기류다. 14일 의원총회에서 특별감찰관 후보를 추천하기로 의견이 모이면 특검 표결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별감찰관과 특검은 별개의 사안이다. 법에 따라 특별감찰관은 당연히 임명해야 하지만, 그 역할은 앞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관여 의혹이나 공천 개입 의혹처럼 이미 벌어진 사건에 대해선 강제수사권이 없는 특별감찰관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갤럽 조사 기준으로 74%에 달하고 가장 큰 이유로 김 여사 문제가 꼽히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 여사를 둘러싼 핵심 의혹들을 규명하고 각종 논란을 매듭짓지 않고서는 국정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여론조사에서 국민 대다수가 특검 도입에 찬성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이번에 김 여사 특검법이 폐기된다 해도 야당은 또다시 특검법을 발의할 텐데, 언제까지 소모적인 정쟁만 벌이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야당이 여권의 의견을 일부 반영해 수정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만큼, 이제 여당도 자체 안을 마련해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때가 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