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엄마와 아빠를 위한 법안입니다. 그들도 저처럼 온라인에서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7일(현지 시간) 16세 미만 아동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 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법안은 이달 중 국회에 발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호주 정부는 이 법이 부모의 동의와 상관없이 예외 없이 적용될 것이며 아동의 SNS 접근을 막기 위한 조치와 책임은 부모가 아닌 SNS 플랫폼 기업에 있다고 했다.
국가 차원에서 아동의 SNS 사용 제한을 추진하는 곳은 호주만이 아니다. 노르웨이는 SNS를 이용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을 기존 13세에서 15세로 높였고, 영국은 13세 미만 아동이 SNS 계정을 만드는 것을 막았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14세 미만 아동이 SNS 계정을 만드는 것을 금지하고 15, 16세는 부모 허가를 받아야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동의 SNS 사용 제한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정보를 취득하거나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규제를 반대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아동들의 정신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무분별한 스마트폰 사용과 SNS 중독이 꼽히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배경이다.
영국 옥스퍼드대는 10대 아동들의 SNS 사용 시간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와 아동의 우울증과 불안장애 유병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경향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앞서 6월엔 ‘미국의 주치의’인 비벡 머시 의무총감이 “소셜미디어 화면에 정기적으로 경고문을 띄워 위험성을 인식하도록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청소년들의 SNS 중독 현상은 우리도 심각한 수준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표한 ‘2023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청소년 10명 중 4명(40.1%)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 중 ‘쇼트폼 시청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6.7%나 됐다.
초중고교 학교 현장에서는 SNS의 폐해를 더 실감하고 있다. 최근 경찰청이 사이버 도박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19세 미만 청소년 도박사범 4715명이 검거됐는데 이는 전체 사이버 도박사범의 47.2%나 되는 수준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SNS상의 도박 광고를 보고 호기심을 느껴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카카오톡 채팅을 통한 사이버 폭력, 딥페이크 성범죄도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조너선 하이트 미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저서 ‘불안 세대’에서 “1996년 이후에 태어난 아동이 불안 세대가 된 주요 원인은 현실세계의 과잉보호와 가상세계의 과소 보호”라며 16세가 되기 전에는 SNS 사용을 금지하자고 제안했다.
우리 국회에도 16세 미만 아동에게 SNS 일별 이용 한도를 설정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중독성 있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내보내면서 아이들의 눈과 귀를 점령하고 있는 SNS 규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됐으면 한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 더 나아가 나라를 위한 법안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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