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원 같은 지위’ ‘金 여사 돈도 받아’… 브로커 명태균이 뭐길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12일 23시 30분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 씨가 9일 오전 2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4.11.09. [창원=뉴시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 씨가 9일 오전 2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4.11.09. [창원=뉴시스]
검찰이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등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명 씨는 2022년 6월 실시된 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 공천과 관련해 김 전 의원으로부터 7620만 원을 받고, 같은 달 치러진 지방선거에 대구시의원과 고령군수 예비후보로 등록한 2명에게서 김 전 의원 등과 함께 2억4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건희 여사가 명 씨에게 500만 원을 줬다는 진술과 돈봉투 사진도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이 밝힌 혐의만 보더라도 ‘정치브로커’ 명 씨가 지역 정가에서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명 씨가 대통령 부부 및 측근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자기 덕분에 김 전 의원이 전략공천을 받은 것이고 향후 선거에서도 전략공천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다며 세비 절반을 받았다”고 했다. 김 전 의원과 명 씨는 서로 ‘돈을 빌리고 갚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공천과 얽힌 돈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공천 발표 하루 전인 2022년 5월 9일 명 씨와의 통화에서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들고 왔길래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다”고 했다는 녹음파일이 공개된 바 있다.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는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윤 대통령을 위해 81차례의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비용을 받는 대신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명 씨가 “김 전 의원을 내세워 (지방선거) 공천을 받고 싶어 하는 사업가들에게 거액을 받았다”고 밝혔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앞세워 김 전 의원의 당선을 돕고, 다시 김 전 의원을 앞세워 돈을 챙긴 명 씨의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결국 “명 씨는 스스로 국회의원과 같은 지위에서 정치활동까지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더해 강 씨는 검찰에서 “명 씨가 김 여사에게 500만 원을 받았다”고 진술했고,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가 적힌 돈봉투 사진이 명 씨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명 씨는 “일종의 교통비”라고 했지만 돈의 성격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이런 의혹들을 확인하려면 먼저 윤 대통령 부부와 명 씨의 관계부터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

그런데 창원지검은 경남선관위가 지난해 12월 명 씨 등을 수사 의뢰한 사건을 검사가 없는 수사과에 배당해 사실상 방치했다가 명 씨 관련 의혹들이 부각되자 올해 9월에야 형사부에 재배당했다. 검찰은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명 씨의 정치자금법에만 초점을 맞춰 적당히 수사를 매듭지으려 해선 안 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명품백 수수,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불기소와 맞물려 검찰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金 여사#돈#브로커#명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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