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민의힘, 일부 의사단체가 11일 의정 갈등의 출구를 모색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첫 회의를 열었다. 올 2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 공백 사태가 발생한 지 9개월 만이다. 야당은 전공의 대표가 빠졌다는 이유로 참여를 보류한 상태다. 협의체는 운영 시한을 다음 달 말로 못 박고 매주 2회 회의를 열어 “가급적 12월 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국민에게 성탄절 선물을 안겨드리겠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이 ‘올해를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전공의 대표와 야당이 빠진 ‘반쪽 협의체’로 한 달여 만에 의정 간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설사 올해 안에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의료 공백 장기화로 환자들이 이미 막대한 피해를 입은 데다 무너진 의료와 의대 교육 시스템을 복원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려야 한다. 일방적이고 무리한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의료와 교육 대란을 자초해놓고 뒤늦게 체결한 합의를 ‘성탄절 선물’이라고 생색까지 내는 것은 낯간지럽지 않나.
여야의정 협의체 첫날 회의에서 의료계는 올해 의대 입시 수시에선 최초 합격자만 뽑고, 정시 추가 합격자 수도 대폭 줄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시 모집 정원은 3118명, 정시는 1492명이다. 의료계 제안대로 하면 의대 합격자 수는 증원 이전의 정원(3058명)보다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 내년 예과 1학년은 휴학생과 신입생들이 한꺼번에 최장 11년간 수업을 들어야 하니 올해 적게 뽑아 교육과 수련 부담을 최대한 덜자는 취지다. 정부는 수험생들의 피해를 이유로 “올해 정원 조정은 어렵다”고 하지만 전향적인 조치 없이는 출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야 한다.
전공의 대표는 협의체 출범에 “전공의와 의대생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라고 비판했다. 올해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거나 전공의들의 7개 요구안 모두를 수용하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왜 전공의 제안을 따라야 하는지 어렵게 마련된 협의체에 나와 정부와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전문 직업인의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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