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있던 초등학교에 초등 학력이 없는 70대 노인 15명이 입학했는데 학령기 정식 학생으로 인정받지 못해 학교 개편 행정 예고가 발동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어르신들의 기초 문해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학교 교육을 놓친 어르신들에게 문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그저 못다 한 공부의 한을 달래드리거나 헌법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20년 17조7000억 원에서 2050년에는 103조1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65세 이상 노인 중 10% 이상이 치매 진단을 받는다고 한다.
문해력이 치매 발병 위험을 크게 낮춘다는 연구 결과들이 적지 않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65세 이상 노인 983명을 대상으로 최대 23년간 추적 조사한 코호트 연구 결과, 문해력이 없는 사람은 문해력이 있는 사람에 비해 치매 발생 확률이 2배 더 높았다.
문해 활동이 뇌를 자극하는 가장 효과적인 활동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호주 모내시대 연구팀은 70세 이상 노인 1만여 명의 10년 치 데이터를 분석해 19가지 여가 활동과 치매의 관련성을 조사했는데, ‘문해 활동’이 카드놀이, 체스와 같은 정신 활동보다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교육부의 성인문해능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 중 초등 1, 2학년 수준의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가 불가능한 인구는 146만 명, 가능하더라도 일상생활에 활용이 미흡하여 초등학교 3∼6학년 학습이 필요한 인구가 231만 명이라고 한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치매 환자의 잠재적인 수를 사전에 최소화하는 정책으로 ‘문해 교육’이 적극 고려되어야 한다. 인지 능력의 퇴화를 스스로 늦추는 사고 활동을 가동시키는 첫 단추는 글 읽는 힘에 있다. 문해 교육을 단순히 복지 차원으로 이해하기보다 치매와 같은 인지 퇴화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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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진 한양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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