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crats have become a smarty-pants, suburban, college-educated party.”(민주당은 잘난 척하고, 부유하고, 대학물 먹은 사람들의 정당이 됐다)
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패배로 민주당은 패인 분석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백악관 수석 고문이던 데이비드 엑설로드의 자성 섞인 분석입니다. 소수 층과 노동자를 대변하던 민주당이 기득권 정당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인들의 대화에서 ‘smarty-pants(스마티 팬츠)’라는 단어를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직역하면 ‘똑똑한 바지’로 잘난 척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왜 ‘pants’가 붙을까요. 미국에서 팬츠는 그냥 바지가 아니라 캐주얼 바지를 말합니다. 반대로 정장 바지는 ‘trousers(트라우저스)’. 사회의식 있다는 아이비리그 출신 엘리트들이 캐주얼 패션을 즐겨 입은 데서 유래했습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느라 인플레, 일자리 등 정작 서민들이 체감하는 문제를 등한시한 것이 패인이라는 지적입니다.
어쨌든 대선은 끝났고 지금은 정권 인수 기간입니다. “I’ll ensure a peaceful and orderly transition.” 평화롭고 질서 있는 정권 교체를 보장하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일성입니다. 미국은 평화로운 정권 교체가 자랑이지만 2021년 의사당 난입 사태처럼 혼란도 적지 않았습니다. 정권 교체기에 벌어진 사건들을 알아봤습니다.
△“Midnight Judges.”(한밤중의 법관들)
정권 교체기 혼란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러나는 쪽이 단임 대통령이라는 것입니다.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권력에 아쉬움이 남아 후임 대통령을 방해하는 심술을 부릴 때가 있습니다. 2대 존 애덤스 대통령은 1860년 대선에서 자신의 밑에서 부통령이었던 토머스 제퍼슨에게 굴욕적으로 패했는데, 사법부를 싹 바꿔 놓고 떠났습니다.
후임 대통령이 취임하기 바로 전날 밤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한밤중에 임명된 판사들을 이렇게 불렀습니다. 제퍼슨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심술에 분노했지만, 법관은 종신직 임명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미국은 레임덕 대통령이 한밤중에 전격적인 인사 결정을 내릴 때가 있습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 워터게이트 스캔들 은폐 명령을 거부한 법무부 장차관이 줄줄이 사임한 사건은 ‘토요일 밤의 대학살(Saturday Night Massacre)’로 불립니다.
△“It would be unwise for me to accept an apparent joint responsibility with you.”(당신과 소위 공동 책임을 수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가장 갈등이 심했던 정권 교체는 1932년 대선입니다. 대공황에 지친 국민들은 뉴딜 공약을 내건 프랭클린 루스벨트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습니다. 선거에 진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뉴딜 해법을 무력화하려고 갖가지 꼼수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이상한 경제위원회를 만들어 함께 공동 의장을 맡자고 루스벨트 당선자를 압박했습니다.
루스벨트의 거절 답장입니다. ‘apparent(어페어런트)’라는 단어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appear’의 형용사로 겉모양만 번지르르하다는 뜻입니다. 이후 루스벨트 대통령은 물러나는 대통령의 불필요한 간섭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취임식을 앞당겼습니다. 정권 인수 기간을 줄여 버린 것입니다. 원래 3월이던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오늘날과 같은 1월 20일이 된 이유입니다.
△“It is beyond the power of any president to do anything about it.”(대응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다)
혼란 수습의 책임을 후임 대통령에게 미루는 우유부단형도 있습니다. 제임스 뷰캐넌 대통령은 여러 조사에서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남북전쟁을 막지 못하고 후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뷰캐넌에서 링컨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남부 주들의 분리독립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뷰캐넌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권한 밖의 일을 ‘beyond power’라고 합니다. 뷰캐넌 대통령의 소극적 대응으로 링컨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남북전쟁이 터졌습니다.
반대로 정권을 넘겨 주는 마지막 순간까지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한 대통령도 있습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정권 교체 기간 내내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 해결에 매달렸습니다. 백악관에서 이사 나가는 전날까지 집무실 소파에서 쪽잠을 자며 이란 측과 협상을 벌였습니다.
임기 중에 벌어진 일을 마무리 짓고 떠나겠다는 전임 대통령의 사명감에 후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감동할 정도였습니다. 마침내 풀려난 인질들은 플래카드에 이렇게 적어 카터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Thank God and Jimmy we are home.”(신과 지미 덕분에 우리는 돌아왔다)
※매주 월요일 오전 7시 발송되는 뉴스레터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에서 더욱 풍부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