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2기’의 높은 파도가 한국에 밀려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어진 인플레이션 충격이 가시나 싶더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재정확대 정책으로 촉발될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신3고’가 다시 덮칠 기세다. 제대로 대처 못 하면 정부의 기대대로 ‘수출 톱5’에 들기는커녕 복합 불황의 물결에 휘말릴 수 있는 심각한 위기다.
어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10원을 넘어 2년여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전날 2,500 선이 무너진 코스피는 2,417.08까지 밀려 1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트럼프의 공약대로 한국 수출품에 10∼20% 보편관세가 적용되고, 중국산에 60% 관세를 물릴 경우 대미, 대중 수출 비중이 각각 20%나 되는 한국은 이중의 충격을 받게 된다. 이에 따른 우려가 선제적으로 반영되면서 원화 가치와 한국 주가는 다른 나라보다 급락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관세 인상이 빨라질 경우 내년 한국의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1%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게다가 고환율은 에너지·원자재·농축산물 등 해외에서 들여오는 수입품 물가를 높여 안정세를 찾아가던 물가를 다시 자극하고, 침체된 소비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
감세 정책으로 미국 정부 빚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 때문에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는 것도 한국엔 위협이다. 관세폭탄 공약을 현실화할 경우 2%대 중반인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에 4%대로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에 대응해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멈추거나, 다시 높이는 상황이 온다면 한국도 더 오래 고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산업구조 재편에 우리 기업들이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는 더욱 곤혹스럽다. 인공지능(AI) 산업은 미국이, 전기차·배터리는 중국이 앞서가는 가운데 메모리반도체 등 한국이 선두인 몇 안 되는 부문에서마저 경쟁국의 추격으로 수출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역대 최고 수출’ ‘물가 조기 안정’ ‘최고 수준 고용률’ 등을 강조하며 연일 임기 전반부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되는 두 달여 뒤면 수출 충격이 가시화돼 일자리가 줄고, 물가 불안으로 서민 장바구니가 부실해질 공산이 크다.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을 앞두고 긴장감을 보이지 않는 정부가 국민을 더 불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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