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부정 채용과 후원 물품 횡령 등 의혹이 제기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3선 도전 길을 터줬다. 스포츠공정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재선인 이 회장의 내년 1월 차기 회장 선거 출마 자격을 인정했다. 임기 4년의 대한체육회장은 한 번 연임할 수 있지만 이 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면 3선 이상도 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비리 혐의를 받는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지 하루 만에 위원회가 3선 도전의 걸림돌을 치워 준 것이다.
대한올림픽위원회 및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한 대한체육회의 회장은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과 학교체육, 생활체육의 진흥 전반을 총괄한다. 2016년 처음 선출된 이 회장은 2019년 스포츠계에 만연한 성폭력 실상이 드러나면서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2021년 1월 재선에 성공했다. 이 회장이 3선을 하게 되면 해마다 4200억 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체육회 회장직을 12년을 맡게 되는 셈이다. 역대 체육회장 가운데 3연임을 한 건 국내외 스포츠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김운용 전 회장뿐이었고, 그나마 국민생활체육회 등이 통합되기 전이었다.
이 회장은 최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의 조사에 따라 경찰에 수사 의뢰된 상태다. 그는 2022년 자녀의 친구를 국가대표 선수촌 직원으로 채용하기 위해 기존의 자격 요건을 완화하라고 시켰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평창 올림픽 마케팅 수익 사업으로 확보한 후원 물품을 지인들에게 무단으로 나눠주거나 파리 올림픽 참관단에 체육계와 무관한 지인 5명을 넣어 특혜를 줬다는 혐의도 있다.
스포츠공정위는 이 회장 특별보좌역 출신인 위원장을 포함해 위원 15명이 모두 이 회장이 임명한 인물로 구성돼 있다. 사실상 출마 자격을 ‘셀프 심의’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법원에 직무정지 처분의 집행정지 신청 및 취소 소송을 낸 이 회장은 어제 3선 도전 여부에 대해 “결정을 유보했다”고 했다. 그가 체육회를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전횡한 정황은 드러난 것만도 상당히 구체적이다. 대한체육회는 외부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왕국’에서 사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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