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토요일을 활용해 3차례 골프를 쳤다는 보도가 나왔다. 군 소유 서울 태릉체력단련장(태릉CC)에서 10월 12일, 11월 2일과 9일 18홀 정식 라운드를 했다고 한다. 용산 대통령실은 “비공식 일정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지만, 정부 소식통은 “골프를 친 것은 맞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3번째 라운드 다음 날 골프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의 친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대통령이 8년 만에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대통령의 골프는 시점의 부적절성은 물론 여론을 호도하려는 듯한 해명으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우선 대통령이 골프를 쳤다는 10월 12일은 그 전날 밤 북한이 중대발표를 해 군 전체가 긴장하던 때였다. 북 외무성은 우리 무인기의 평양 상공 전단 살포를 주장하면서 “모든 공격 수단을 ‘준비 태세’에 놓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적잖은 군 장성과 장교들이 북 오물풍선까지 날아든 그날 태릉CC 골프 예약을 취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국면에 대통령은 골프를 강행했다. 두 번째 골프가 있었다는 11월 2일은 ‘김영선 공천’을 소재로 대통령-명태균 간 통화육성이 공개된 이틀 뒤였다. 마지막 골프는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두루뭉술한 해명 논란으로 비판이 커지던 때다.
윤 대통령이 누구와 라운드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문제는 대통령실이 골프를 국익외교로 포장하려 했다는 데 있다. 세 번째 골프 때 언론사가 현장 취재를 시도했고, 대통령실은 그 이튿날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트럼프 당선인과) 친교의 시간을 잡기로 했고, 여러 상황을 고려해 대통령이 8년 만에 골프채를 잡았다”는 설명을 보도가 나오기 전에 내놓은 것이다. 민주당은 최근 3차례 외에도 8월과 9월에도 골프를 쳤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윤 대통령의 골프 중 트럼프 당선 이후는 마지막 1번뿐이다. 트럼프 정상외교를 위해 골프채를 다시 잡았다 고 보기도 애매하다. 대통령의 라운드 사실이 언론 취재로 드러나게 되자 대미외교 준비 등으로 둘러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민망한 일이 반복되는 것은 대통령실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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