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의대 증원 규모를 둘러싼 혼란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14일 수능을 시작으로 2025학년도 본격적인 대학 입시의 막이 올랐다. 올 수능에는 지난해보다 약 2만 명 늘어난 52만 명이 지원했으며 이 중 ‘N수생’은 16만1700여 명으로 21년 만에 최다 기록을 세웠다. 지원자 10명 중 3명이 N수생인 셈이다. 의대 정원이 서울대 이공계 정원과 비슷한 규모인 1552명 증원된 데다, 내년부터는 의대 정원이 또 달라져 의대 문호가 올해 반짝 열렸다 닫힐 수 있다는 우려가 N수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능을 5개월 앞두고 나온 ‘킬러 문항’ 배제 방침으로 일대 혼란을 겪은 데 이어 올해는 갑작스러운 의대 증원으로 지난해보다 더한 불확실성 속에 입시를 치르고 있다. 고등교육법상 사전예고제에 따라 대학 입시 전형의 큰 틀은 4년 전, 대학별 전형 계획은 1년 10개월 전에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올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린다는 깜작 발표가 나왔고, 5월 말에야 대학별 증원 규모가 확정됐다. 정부는 10년 후 의사 수 부족이라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입시의 안정성이 2년 연속으로 흔들린 것은 입시 정책의 실패라 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입시 전형이 진행될수록 수험생들이 겪을 혼란은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의정 갈등의 출구를 찾기 위해 출범한 여야의정 협의체 첫날 회의에서 의사단체는 의대생 집단 휴학에 따른 교육 과부하를 막기 위해 올해 수시와 정시의 추가 모집 인원을 대폭 줄이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이 방안대로라면 의대 정원이 증원 이전보다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하니 의대 진학이 쉬워질 것으로 예상했던 수험생들로서는 날벼락 같은 소식일 것이다. 수능일이 되도록 의대 정원 재조정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의대 지망생은 물론 전체 수험생들에게 연쇄적으로 엄청난 부담을 주는 일이다.
내년 의대 증원은 정부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고2 학생들까지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다. 의대 증원 여파로 지난해 서울대 신입생 3610명 중 6.5%가 자퇴했다. 이 중 30%가 공대생들이다. N수생 증가로 사회적 비용은 커지고, 입시 혼란은 장기화하며, 의사 공급이 중단되고,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막무가내식 의대 증원 정책의 오류를 인정하고 제때 바로잡지 못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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