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식 홈페이지의 익명게시판에 한동훈 대표 및 가족과 같은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직접 비방한 글, 또는 비판 기사 등이 올라와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 2년 사이에 올라온 900여 건으로, 일부 글에는 김건희 여사를 거론하며 “개 목줄 채워서 가둬 놔야 돼”라거나 “(대통령은) 범죄 마누라 살리려고 당과 당원을 팔아먹었다”는 식의 원색적인 표현이 담겨 있다. 친윤계는 “비방이 너무 지나치다”면서 “당무감사를 벌여 한 대표와 가족이 쓴 글이 맞는지 확인하자”고 요구했다. 친한계는 “당원이 쓴 게시판 글이 당무감사 대상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은 대부분 ‘한동훈’ 이름으로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게시판에 쓴 ‘한동훈’은 모두 8명 정도로 200건가량의 글이 등록돼 있는데, 그중 1명이 비방하는 표현을 담아 글을 올렸다고 한다. 또 청문회 과정에서 이름이 알려진 부인과 장인은 물론 공개된 적 없는 모친과 장모 이름으로 올라온 글도 700건 넘게 검색된다고 친윤계는 주장하고 있다. 가족과 동명으로 올라온 글은 대체로 한 대표에게 우호적이거나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언론 기사나 사설·칼럼의 인터넷 링크가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 측은 “한 대표는 홈페이지에서 본인 인증을 받은 적이 없어 글을 쓸 자격이 없다”고 했고, 대표의 가족에 대해선 “맞다, 아니다를 설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익명 게시판은 ‘책임당원’만 휴대전화 인증을 거친 뒤 이용할 수 있다. 화면에는 한OO, 진OO 하는 식으로 성(姓)만 노출된다. 그런데 검색창에 ‘한동훈’을 입력하면 작성자가 한동훈인 글이 모두 뜨되, 화면에는 한OO으로만 표시되도록 애초에 설계됐다. 한 유튜버가 우연히 이런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공개하며 논란은 시작됐다. 익명게시판 속성상 제작자가 넣어선 안 되는 실명 검색기능을 넣은 탓이라고 당은 설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검색기능은 삭제됐다.
한동훈 이름으로 글을 쓴 인물에 대해서는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수사를 시작했다. 만약 한 대표, 또는 가족이 연루됐다면 당은 분열이 더 커질 수 있고, 누군가가 이름을 도용했다면 무슨 의도로 그랬는지를 놓고 논란이 불가피하다. 집권 여당에서 참 괴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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