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회담을 했다. 재작년 인도네시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회담한 이후 2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과 러시아 파병에 대응해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고, 시 주석은 당사자 간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문제 해결을 거듭 강조했다. 두 정상은 상호 국가 방문을 제안했고 서로 “초청에 감사하다”고만 했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은 작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APEC 정상회의 때의 3분 대화를 포함하면 세 번째다. 이번 두 정상 간 대화를 보면 2년 전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의견 일치를 본 대목은 없다. 정상 간 교류를 놓고도 누가 먼저냐는 기 싸움이 앞섰다. 작년 9월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던 시 주석이 먼저 윤 대통령의 방중을 요청한 것은 내년 APEC 경주 정상회의 때 방한하는 것 외엔 고려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두 정상은 어느 때보다 소통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특히 시 주석은 “지난 2년간 중한 관계가 전반적으로 발전의 모멘텀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사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한중 관계는 대만 문제를 둘러싼 공방, 전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같은 악재들로 얼룩졌다. 하지만 중국은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를 재가동하며 관계 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최근엔 한국을 무비자 국가에 포함하는가 하면 관행보다 급을 높여 주한 중국대사를 내정하기도 했다.
이런 중국의 제스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며 전략적 공간을 넓히려는 의도일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대중국 강경파를 외교안보 라인에 기용하면서 미중 전략경쟁이 한층 가팔라질 것임을 예고했다. 우리로선 미중 사이에서 더 큰 선택의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 하지만 동맹마저 손익으로 따지는 트럼프 2기는 한국에도 이념 편향적 가치외교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북-러 간 위험한 결탁에 대응할 한중 간 협력이 절실한 때다. 접점을 찾기 위한 실용외교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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