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 법원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것을 놓고 여야 정치권 및 양측 지지자들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6일 민주당이 주최한 집회에서 박찬대 원내대표는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 “검찰 독재 정권의 정적 제거에 부역한 정치 판결”이라고 비난했고, 참석자들은 “이재명은 무죄”라고 외쳤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의의 실현”이라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했고, 보수단체 집회에서는 “우리가 이겼다”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이 이번 판결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금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하급심 판결이 부당하다고 여긴다면 항소와 상고를 통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는 게 법치주의를 따르는 정당의 기본적인 자세다. 이 대표가 항소 의사를 밝힌 만큼 민주당으로선 1심 판결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법리와 증거를 재검토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그런데 지지자들 앞에서 선동이라도 하듯 재판부를 향해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는 행태라고 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대표는 25일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있고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도 각각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민주당이 여론전을 펼치는 것은 법원을 압박해 판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민주당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된 6건의 사건을 검찰이 무혐의 또는 각하 처분한 반면 이 대표는 기소한 것을 놓고 “이중 잣대”라고 주장한다. 낙선자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징역형 선고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수사와 기소를 포함한 형사사법 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대부분의 범죄에 대한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공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법원이 판단할 기회조차 없는 만큼 공정한 기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갈수록 정치와 사법이 뒤엉켜 국가적 혼란을 부추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헌법과 법률에서 법원의 독립성과 검찰의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법적 판단에 정치가 개입하는 ‘사법의 정치화’, 정치 문제를 법원으로 끌고가는 ‘정치의 사법화’ 모두 경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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