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임용한의 전쟁사]〈341〉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18일 22시 57분



전쟁론의 저자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솔직하게 풀면 “말로 하다가 안 되니 주먹으로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전쟁 중인 당사자에게 “제발 폭력을 멈추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해결하자”라는 호소는 별 효과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자가 패자의 땅을 초토화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전쟁이 마지막에는 회담을 통한 “평화”와 “협정”이라는 형식으로 종결된다. 전쟁이 대화로 돌아오는 이유는 승자가 목적을 달성했거나 한쪽이 항쟁을 포기했거나, 양쪽 다 지쳐 떨어져서 전쟁을 지속할 여력이 없는 경우이다.

지금 이스라엘의 전쟁은 어느 조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아무리 섬멸해도 그들의 분노와 저항의지는 다시 타오를 것이다. 포용정책도 한계가 있다. 이스라엘의 전력이 너무 압도적이라 양쪽 다 지쳐 떨어지는 순간도 오지 않을 것 같다.

남은 방법은 이스라엘이 목적을 달성하는 경우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도자들은 거의 다 살해되고, 조직도 큰 피해를 입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제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지 않았느냐며 종전을 종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이제야 자신의 목적을 드러냈다. 인질 구출, 헤즈볼라의 위협 제거가 최종 목표가 아니었다. 그들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지우고, 요르단 서안 지역을 완전한 이스라엘의 영토로 만들려고 한다. 이건 이스라엘이 수도를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실행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스라엘은 치밀하게 준비하면서 기회만 노리고 있었던 거다. 삐삐 테러 같은 엄청난 준비, 신속한 암살, 폭주, 이 모든 것이 이제야 설명이 된다. 이 전쟁은 어찌 끝나든 끝이 아니다. 새로운 갈등의 시대로의 출발이다.

#전쟁론#클라우제비츠#이스라엘 전쟁#하마스#헤즈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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