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10월까지 파산을 신청한 기업이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이미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1∼10월 전국 법원에서 처리된 법인 파산 선고(인용) 건수는 138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81건)보다 27.7% 늘었다. 파산 신청이 가장 많았던 지난해 전체(1302건)를 벌써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버텼던 기업들이 장기화된 불황과 고금리에 더는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파산 기업들은 도매 및 소매업, 제조업, 건설업 등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제조업 중에선 기계·장비, 전자, 금속가공 분야가 많았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둘러본 경기 평택·화성시 일대에선 최근 문을 닫은 공장이 적지 않다. 한 전자기기 제조업체 공장 앞엔 부서진 TV 등 재고가 방치돼 있었고, 완성사 협력업체 공장에선 설비가 트럭에 실려 팔려가고 있었다. 취재팀이 만난 기업들은 “어떻게든 올해만 살아남자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올해 들어 반도체와 자동차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됐지만 중소기업들은 경기 회복을 체감할 수 없다고 했다. 고금리와 높은 인건비에 따른 자금난,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에 시달리면서 수출 호조의 온기가 중견·중소 기업까지 퍼지지 못했다. 대기업이라고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 포스코는 올해 공장 두 곳을 폐쇄했고, 현대제철도 경북 포항 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기업들은 “내년에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 이대로라면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20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내년은 2.2%에서 2.0%로 낮췄다. 특히 내년에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하방 리스크’가 더 크다고 했다.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건실한 기업이 일시적 위기로 무너지지 않도록 세제·금융 지원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임금·고용 체계 개선, 산업구조 개편 등 근본적인 구조 개혁도 시급하다. 당장 올해를 넘기기 힘들다는 기업들의 숨이 넘어가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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