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들이 수사 적정성 등을 검증하는 경찰 수사심의위원회의 명단을 공개하라고 대법원이 최근 판결했다. 대법원은 강원경찰청이 2022년 수사심의위 명단을 공개해 달라는 한 고소인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 적법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명단 공개가 수사심의위 업무에 지장을 준다고 보기 어렵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심의 절차의 투명성, 공공성 및 정당성 확보라는 공익적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 검찰개혁 압박이 거세지자 기소 독점 등 검찰권이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통제하겠다며 만든 제도다. 경찰 역시 2021년 비슷한 취지로 수사심의위를 도입해 검찰 송치 여부 등을 권고하도록 했다. 수사기관 스스로 법 집행이 공정한지 외부 검증을 받겠다고 도입한 제도라면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검경은 수사심의위의 결론만 발표할 뿐 위원 명단이나 심의 내용 등을 전부 비공개해 왔다.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소집한 수사심의위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불송치 권고를 했을 때도,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을 다룬 두 개의 검찰 수사심의위에서 준 사람은 ‘기소’, 받은 사람은 ‘불기소’ 권고하는 엇갈린 결론이 나왔을 때도 국민들은 경위를 알 길이 없었다. 누가 논의에 참여했는지조차 공개되지 않으면 위원들은 검경의 입김에 휘둘릴 소지가 있고, 거기에서 나온 결론은 객관적인 신뢰성을 갖기 어렵다.
이번 판결로 채 상병 사건 수사심의위원 명단을 밝히라는 정보 공개 청구가 제기되는 등 파장이 번지고 있다. 디올백 의혹 등 검찰 수사심의위 사건들에 대해서도 유사한 청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사생활 침해와 외압 우려가 있다는 수사기관의 주장을 기각하고 명단 공개가 공익에 부합한다고 결론 내린 만큼 검찰도 더는 거부할 명분이 없다. 위원 명단을 포함해 적정 수준에서 심의 내용이 공개되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 수사심의위 권고에 권위를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전문가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책임감 있게 결론을 내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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