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 16개사 사장단이 21일 “현재와 같은 어려움이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가 자칫 헤어나기 힘든 늪에 빠질 수 있다”며 긴급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한화 HD현대 GS CJ 두산 효성 코오롱 삼양 영원무역 풍산 삼양라운드스퀘어 등 대표적인 기업의 사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성명을 내놓은 것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으로 내수 침체가 이어지던 2015년 7월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이들은 한국 경제의 현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했다. 성장동력 약화로 경제성장률 2% 달성도 버거워졌고, 내수는 가계부채 등으로 구조적 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봤다. 그나마 버티던 수출마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 환경 변화 등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규제 입법보다는 경제 살리기를 위한 법안과 예산에 힘써 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요청했다. 특히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으로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과 신성장동력 발굴이 어려워져 기업 경쟁력 훼손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규제 개혁도 주문했다. 각국이 첨단 산업 지원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이차전지, 모빌리티, 바이오, 에너지, 산업용 소재 등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기업도 변화의 중심에 서서 신사업 발굴과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경제가 이대로 침몰하는 것을 막으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들의 절박한 호소에 귀를 열어야 한다. 정부와 여당 일각에선 “한국 경제를 두고 해외에선 슈퍼스타로 호평한다”는 등의 도를 넘은 자화자찬까지 나오는데, 이런 낙관론에 안주하고 있을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서둘러 치우고,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구조 개혁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야당도 상법 개정 등 기업 발목잡기 식의 입법을 중단하고 경제 살리기에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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