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 뒤의 일이다. 국민의힘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관련 직에 임명하려 하자 일부 용산 참모들 사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이를 들은 윤 대통령이 참모에게 화를 내며 했다는 말이다.
“네가 대통령이냐!”
이런 일도 있었다. 현 정부 각료 출신 친윤(친윤석열)계 인사가 전한 일화다. 2022년 인수위원회 시절 인사 문제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얘기했더니 전화가 왔다. 윤 대통령이 혼을 내며 대뜸 했다는 말이다.
“네가 대통령이냐!”
“대통령에게 깨질까 봐 말 못해”
윤 대통령은 참모들로부터 듣기 싫은 소리를 들으면 화내는 스타일이라는 말이 여권에서 돈다. 남이 해야 한다고 조언하면 일단은 안 한다는 게 여권 핵심 인사의 얘기다. 그런 윤 대통령 앞에서 직언을 할 용기가 있는 참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실 참모 출신 여당 인사는 “장관들이 보고 때 대통령의 화에 쩔쩔 매는 걸 보고 그건 ‘훈장’이라고 얘기해 줬다”고 했다.
다른 여권 인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 육성 통화가 공개된 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당의 친윤 중진들에게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자세히 해명해야 한다는 얘기를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중진들의 반응은 “무슨 얘기를 들을지 몰라 못하겠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4월 총선 직전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증원 관련 담화를 냈다. 2000명 숫자를 강조한 강경한 발언으로 의료계 반발에 기름을 부은 그 담화다. 담화 전 참모들과 독회를 할 때 이견을 내 온 참모는 배제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유연한 접근을 조언한 여권 인사들에게 “신문 보고 하는 소리냐, 신문 보지 말라”고 했다는 얘기도 있다. 총선 때 위기감을 전해 달라는 여당 의원의 요구에 대통령실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깨질까 봐 말을 못하겠다”고 했다는 전언도 있다. 대통령이 주변에 “날 가르치려 하느냐”는 취지로 화를 냈다는 말이 들린다.
그런 윤 대통령이 어렵게 마음을 돌려 한 회견도 국민 눈높이엔 못 미쳤다. 보수층이 결집하며 국정 지지율은 반등했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봐라, 이 정도 했으니 오르지 않느냐’며 말로 한 쇄신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우려하는 말들이 나온다.
쇄신 약속한 尹, 대통령답게 변해야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 취임 1년인 지난해 5월에, 임기 반환점인 올해 11월에 여러 원로, 전문가들의 평가를 들었다.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대통령 정책기획수석비서관 출신 이각범 KAIST 명예교수는 두 차례 인터뷰에 모두 응했다.
주목되는 게 있다. 김도연 이사장은 윤 대통령 취임 1년 때 “당선 첫 발언인 국민통합에 성과가 없다”고 했다. 이번에도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이각범 명예교수는 1년 반 전 “국정방향의 전체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도 “치밀한 준비 없이 개혁을 말로만 서두른다. 의료개혁만 해도 의료계 목소리를 경청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추진한 것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해 국민적 지지를 얻는 노력과 전략이 상당히 부족했다”고 한 김대환 명예교수는 이번에도 “국민에 대한 전방위적 소통 부족, 여소야대 탓을 하는 전략 부재”를 지적했다.
원로들의 얘기는 1년 반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장 많이 안다는 오만을 버리고 주변에 귀를 열어야 한다. ‘대통령답게.’ 윤 대통령 자신이 본질적으로 변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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