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송인호]빚더미 부동산 PF, 글로벌 기준 맞게 구조 개선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22일 23시 15분


사업 주체의 자기자본 비율 3%에 불과
‘2028년까지 20%로’ 정부 계획 바람직
토지주 참여 유도할 실효적 방안 필요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구조적 취약성이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의 연체율이 2024년 1분기 말 기준 3.55%로, 2021년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 사업체의 낮은 자기자본 비율과 건설사 중심의 높은 보증의 사업 구조는 경기 호황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경기 하강기에는 건설 사업체와 금융기관으로 부실이 전이되는 특징을 보인다. 특히 부동산 PF 관련 데이터베이스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리스크를 모니터링하거나 조기에 경고를 발령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7월 새마을금고의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와 올해 1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부동산 PF 문제점의 단적인 예이다. 이들 사례는 우리나라 부동산 PF 시장이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건설산업과 금융시장의 위험 요인으로 얼마나 크게 드러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부동산 PF는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 필수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지만, 한국의 PF 구조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추진된 PF 사업장의 재무구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개별 사업장의 평균 총사업비는 3749억 원이다. 이 중 시행사는 118억 원(3.2%)만을 자기자본으로 투입하였으며, 나머지 3631억 원(96.8%)은 외부 차입을 통해 충당한 것으로 분석했다. KDI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동산 PF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사업 주체의 자기자본 비율이 평균 3%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나머지 자금은 차입금과 제삼자 보증에 의존해 조달되고 있다. 공사비용은 선분양 구조하에서 자기자본 없이도 조달되고 토지비용은 금융기관 대출 및 제삼자 보증을 통해 조달한다. 지난해 새마을금고는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 우려가 드러나면서 예금 인출과 금융기관의 건전성 훼손 우려에 직면하기도 했다. 또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 역시 시공사 중심의 왜곡된 PF 구조가 빚은 결과이다.

사실 한국형 부동산 PF의 근본적 문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와의 큰 괴리에 있다. 미국과 일본 같은 주요 선진국에서는 전체 사업비의 약 30%를 자기자본으로 조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PF는 철저히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러한 구조는 사업 주체가 변경되더라도 프로젝트 자체의 경제성이 확보된다면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장점이 있다. 프로젝트의 안정성과 사업성이 투자 판단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다르다. 프로젝트가 아닌 대출 여부가 중요하고 건설사의 보증이나 책임준공 확약 등에 대출이 좌우되는 구조다. 이런 왜곡된 구조는 부작용을 낳는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프로젝트도 건설사의 제삼자 보증 등으로 대출을 받으면 사업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최근 부동산 PF 시장의 구조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13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PF 제도 개선 방안’은 자기자본 비율 확대와 제삼자 보증 구조 개선이라는 두 가지 핵심 축을 담고 있다. 정부는 2028년까지 자기자본 비율을 현행 3%에서 20% 수준으로 대폭 높이겠다는 의지도 표시했다. 이를 위해 토지주의 현물 출자 참여를 유도하고 세제 혜택도 제공한다는 것이다. 대출에 의존해 토지를 매입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사업 참여자의 실질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제삼자 보증 구조도 개선한다. 전문 평가기관의 사업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불합리한 보증 관행을 바로잡기로 했다.

이러한 부동산 PF의 구조적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바람직하다. 그런데 정부의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과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 토지를 자기 자본화할 수 있도록 실효적인 방안을 여러모로 모색해야 한다. 토지주가 직접 부동산 PF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토지주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시작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근접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인 구조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또한, 제삼자 보증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전문기관의 사업성 평가 의무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사업성 평가가 PF 구조의 핵심 기제로 작용하게 하고, 기존의 비합리적인 보증 관행 또한 바로잡기 위한 핵심 과제이다. 동시에 금융기관은 사업성 평가가 단순한 형식적 절차로 전락하지 않도록 내부 통제와 시스템 정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정부, 금융권, 건설업계는 부동산 PF 시장의 지속 가능성과 건전한 발전을 위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강하게 협력해야 할 시점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부동산 PF#구조적 취약성#연체율#자기자본 비율#글로벌 스탠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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