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의 실체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2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친윤계는 25일 한 대표와 같은 이름의 작성자가 8명이란 점을 빗대 “8동훈이 있다. 당 게시판은 누가 운영하느냐”고 대놓고 공격했고, 한 대표는 “명태균 리스트에 관련돼 있거나,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을 받는) 김대남 관련자들이 자기들 이슈를 덮으려는 의도”라고 받아쳤다. 서로를 향해 대놓고 ‘공작 음모’까지 제기한 것이다.
게시판 내전(內戰)은 전 과정이 의문투성이다. 한 대표는 ‘한동훈’ 동명의 8명 모두 자신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그렇다면 부인과 장모 등 가족이 글 작성자가 맞냐’라는 질문엔 분명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원색적 비방글은 12개뿐이고, 그 글의 작성자는 자신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는데 ‘대표 흔들기’를 하고 있다는 태도만 보이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가족에게 물어보면 간단히 해결될 일인데 왜 일을 키우느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당 안팎에선 “말 못 할 다른 사정이 있는 것 같다” “가족이 아니면 제3자가 있을 수 있다” 등 온갖 추측이 나돌며 혼란이 커지고 있다.
친윤 측도 당원 게시판 논란을 키워 한 대표를 압박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친한 측에선 이번 논란이 애초 불거지게 된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달 5일 한 유튜버가 “(김건희 여사는) 개 목줄 채워서 가둬 놔야 돼” 등의 원색적인 글이 당원 게시판에 올라 있다며, 한 대표와 부인 장인 등의 이름으로 다른 글도 있다고 비판한 게 이번 논란의 발단이다. 익명 게시판이지만 시스템 오류로 검색할 수 있었다고 했는데, 반한동훈 성향인 그 유튜버가 어떻게 이름을 검색할 생각을 했던 건지, 한 대표의 장모와 모친 이름은 어떻게 파악했는지 의문이란 것이다.
최고위원회의 등 공개 석상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설전을 벌이고 “한 대표가 국민이 궁금해하는 걸 풀어줘야 하는데 ‘검사 정치’를 하고 있다” “‘명태균 이슈’ 등을 덮기 위한 음모” 등의 공방만 벌이고 있는 집권 여당의 모습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도널드 트럼프의 재등장, 북한의 러시아 파병, 내수 부진의 장기화 등 안보·경제 복합 위기가 덮쳐오고 있는데 유치하고 한가한 우물 안 당권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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