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중 하나는 ‘동업’이다. 고향 친구, 대학 동료, 형제 등이 서로 힘을 모아 창업을 했다. 창업자의 성을 따서 회사 이름을 지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할리데이비슨의 경우 자전거 기능공인 윌리엄 할리와 철도회사 노동자 아서 데이비슨이 창업했다. 그들은 자동차보다 값싸고 자전거보다 빠른 교통수단을 고민하다 자전거에 엔진을 달아보기로 했다. 1903년 창업 첫해 수작업으로 모터사이클 3대를 만들었다. 그런 할리데이비슨은 지난해 17만8500여 대의 모터사이클을 생산해냈고, 매출액 약 8조 원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1+1이 3 이상 되게 하는 동업
미국에선 동업이 흔하다. 동업 기업이 100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많다. 동업은 부족한 것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예를 들어 기술이 있는데 자본이 부족하거나,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있는데 기술이 없을 때 동업을 선택하게 된다. 1+1이 3 혹은 그 이상 되게 해주는 게 바로 동업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동업 기업이 흔치 않다. 삼성 이병철, 현대 정주영, SK 최종건, 롯데 신격호 등 국내 1세대 창업자를 떠올려 봐도 그 이름 옆에 붙일 동업자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국내 대기업은 대체로 1인 창업자의 열정과 추진력, 카리스마로 성장했다. 그래서인지 동업에 대해선 ‘잘되어도 싸움이 나고, 못되어도 싸움이 난다’는 인식이 강하다. 오죽하면 동업상구(同業相仇·동업을 하면 원수가 되기 쉬움)라는 말까지 있을까. 75년간 장 씨와 최 씨 가문이 동업을 해 왔지만 최근 영풍과 고려아연이 경영권 싸움을 벌이는 것에서도 동업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다. 대기업 중에선 공동창업주 고(故) 유성연·이장균 명예회장 집안이 69년간 이끈 에너지기업 삼천리 정도가 동업 기업의 맥을 잇고 있다.
LG그룹도 교과서에 남을 만한 모범을 보여 줬다. 1946년 1월 LG 창업주 구인회에게 사돈 허만정이 셋째 아들을 데리고 찾아온다. 허만정은 “이 아이를 맡길 테니 사람 좀 만들어주소. 사돈이 하는 사업에 출자도 하겠소”라고 제안했다. 이듬해 LG그룹 모체인 락희화학공업사가 창립되면서 구 씨와 허 씨의 동업은 시작됐다. 동업은 1세대 구인회-허만정, 2세대 구자경-허준구, 3세대 구본무-허창수로 이어지면서 57년 동안 지속됐다.
창업주 세대에선 비교적 원활하게 동업이 이뤄진다. 하지만 자녀 세대로 이어지며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경영권을 차지하고자 분쟁이 일어난다. 반면 LG그룹은 지금까지 경영권은 물론 재산 관련 분쟁도 없었다. 2005년 GS그룹의 계열 분리로 구 씨와 허 씨가 이별을 하기까지 별다른 잡음이 없었고, 계열 분리 이후에도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를 이어갔다.
비결이 뭘까. 전경일 씨의 저서 ‘구 씨 이야기 허 씨 이야기’에 따르면 두 가지다. 락희화학공업사를 창립할 때 자본금 출자 비율 ‘65(구씨) 대 35(허씨)’를 모든 경영에서 원칙으로 삼았다. GS그룹 분리 때도 재산 분배의 잣대가 됐다. 둘째는 어른이 정한 기준을 자손들이 철저히 지키는 엄격한 유교 문화도 중요했다.
“65 대 35 원칙과 유교 문화”
다만 4세대로 넘어오면서 LG가(家)에서도 재산 관련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고 구본무 선대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이 4대 회장 구광모 ㈜LG 대표를 상대로 상속 후 4년이 지난 시점에 상속 재산을 재분할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동업, 아름다운 이별, 그리고 인화(人和)의 헤리티지가 추락하고 있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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