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재건축을 추진하는 ‘선도지구’로 13개 단지 3만6000채가 27일 선정됐다. 분당이 가장 많은 1만900채, 일산이 8900채, 중동이 5900채 등으로 1기 신도시 전체 주택의 9%에 해당하는 아파트가 재건축에 본격 시동을 건다. 국토교통부는 선도지구를 내년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하고 안전진단 면제, 용도지역 변경, 용적률 상향 등 규제를 풀어 속도전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 정부 임기 내인 2027년 착공하고 2030년 입주하는 게 목표다.
정부 계획대로 입주하려면 선도지구 주민들은 2027년 이전에 이주해야 하고, 이후에도 순차적으로 재건축이 진행되면 1기 신도시에서만 매년 2만∼3만 가구의 이주민이 발생한다. 이주 대란이 우려되는데도 대책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부는 이주민 전용 임대주택형 단지를 신도시별로 조성한다고 했다가 주민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이어 신도시 노후 공공임대주택을 재건축해 이주 수요를 흡수한다고 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지어 최근 분당 이주 대책을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관계 기관이 마찰을 빚으며 혼선을 키웠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분당 사옥을 포함해 오리역 일대를 선도지구 이주 대책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성남시가 반박한 것이다. 정부는 이주 대책 계획을 뒤집으며 오락가락하고, 유관 기관은 엇박자를 내고 있으니 뾰족한 해법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미 1기 신도시 주변의 교통난이 상당한 상황에서 도로와 광역교통 개선 방안 등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주택 수만 늘리면 주거의 질은 악화될 게 뻔하다. 현재 준공 마무리 단계인 판교 제2테크노밸리의 경우 교통 수요 예측을 잘못해 출퇴근 지옥으로 불린다. 1기 신도시의 도로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지하·지상 공간을 활용하는 체계적인 교통 인프라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내년 주택 공급 부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주변 전월세 시장을 자극하지 않도록 정교한 이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제대로 된 이주·교통 대책이 수반되지 않는 ‘재건축 속도전’은 국민의 주거 안정을 더 해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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