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철인3종 철인코스 완주하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28일 23시 06분


김은남 서울새솔초교 교사가 사이클을 들고 웃고 있다. 2012년 철인3종을 시작한 그는 철인코스만 10회 완주했고, 최고 기록은 11시간18분34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은남 서울새솔초교 교사(48)는 2012년 철인3종(트라이애슬론)에 입문했다. 지금까지 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완주하는 아이언맨코스(철인코스)를 10회 완주했다. 최고 기록은 지난해 구례아이언맨 대회에서 세운 11시간18분34초다. 그는 “피니시라인을 지날 때 몸은 녹초가 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뿌듯하고 기쁘다”고 했다.

“큰아들 임신했을 때부터 수영을 시작했으니 20년이 넘었죠. 둘째 임신했을 때도 수영 교실을 다니며 건강을 관리했는데 새벽에 수영장을 열심히 다니다 보니 좀 할 수 있게 됐죠. 그때 철인3종이 눈에 들어왔어요. 사이클도 타보지 않았고, 마라톤도 제대로 해보지 않았는데 무작정 하고 싶다는 욕구가 치솟았죠.”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2012년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에 출전해 3시간대에 간신히 완주했다. 올림픽코스 기록이 없으면 철인코스에 나갈 수 없었다. 얼마 뒤 철인코스에도 출전해 15시간대에 완주했다. 그는 “주위에서 모두 무모하다고 했지만 그냥 출전했다. 그리고 완주했다”며 웃었다.

대회 출전을 놓고 봤을 때 세 종목 모두 사실상 처음이었다. 수영을 가장 오래 했지만 수영장 밖에서 하는 오픈워터 수영은 처음이었고, 사이클도 뒤에서 누가 잡아주는 단계에서 시작했다. 마라톤 풀코스의 경우 5시간대에서 시작해 ‘고수’가 됐다.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의 ‘꿈의 기록’이라는 ‘서브스리’(3시간 이내 풀코스 완주)를 세 차례 했다. 2019년 동아마라톤 겸 서울마라톤에서 2시간57분44초, 지난해 동아마라톤에서 개인 최고 기록인 2시간56분46초, 그리고 올해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59분20초를 기록했다. 100km 울트라마라톤도 9시간44분에 완주했다.

철인3종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뤘다. 올 구례아이언맨 대회에서 11시간34분26초로 여자부 45∼49세 부문 2위를 하면서 내년 10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아이언맨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하와이 세계선수권은 철인들에게는 ‘꿈의 무대’다. 그는 “지난해에도 출전권을 얻었지만 올해 수업과 겹쳐 못 갔다. 내년엔 다행히 추석 연휴가 끼여 있어 갈 수 있다”고 했다.

“철인코스를 완주할 때의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온몸이 쑤시고 아프지만 또 해냈다는 자부심에 한껏 부풀죠. 그 어떤 도전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샘솟아요.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가죠. 남들은 피곤하지 않으냐고 하는데 저는 주말에 대회에 출전하거나 팀 훈련을 하고 오면 에너지가 넘쳐요. 그 에너지로 다음 주를 활기차게 지냅니다.”

사실 처음엔 모든 종목이 어설퍼 고생했다. 2014년 철인3종 동호회 ‘네오트라이팀’에 창설 멤버로 가입해 활동하며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철인3종 시작 4년 정도 지나고 나서야 즐길 수 있었다. 지금은 매일 새벽 서울 목동마라톤교실에 가서 1시간30분을 달리고 출근한다. 수영은 화요일과 목요일 퇴근한 뒤 한국체육대 선창용 수영교실에서 한다. 주말엔 네오트라이팀과 함께 훈련한다. 주중엔 개인 훈련, 주말엔 팀 훈련이라고 했다. 주말엔 프로그램에 따라 사이클을 130km에서 180km를 달린다. 마라톤 30km 이상 달리기도 한다.

철인3종에 한창 빠져 있을 때인 2017년에 사이클을 타다 넘어져 다친 뒤 대회 출전을 자제했다. 그는 “어디가 부러지진 않았는데 헬멧이 망가지고 사이클 프레임까지 깨지는 사고가 난 뒤 무서워서 사이클을 못 탔다”고 했다. 그때 마라톤에 집중했고 2019년 서브스리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 사고가 마라톤 실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잠시 더 쉬었고, 2022년부터 다시 철인3종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해 지난해에 철인코스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게 됐다. 당시 여자 45∼49세 부문 1위, 여자부 전체 2위, 남녀 통틀어 863명 중 93위였다.

“솔직히 기록이나 순위를 위해 대회에 출전하지 않아요. 그럼 오래 즐길 수 없잖아요. 대회 출전 자체를 즐깁니다. 대회에서 잘 즐기려면 훈련을 많이 해야 하죠. 그래야 대회 때 힘들지 않죠. 훈련을 조금만 게을리하면 바로 티가 납니다.”

김 교사는 매주 달리고 헤엄치고 페달을 밟는 삶이 행복하다고 했다.

#철인3종#철인코스#김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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