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 낮췄다. 지난달에 3년 2개월 만에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 방향을 바꾼 데 이어 두 차례 연속 인하다. 금리를 연이어 내린 것은 2009년 이후 15년 9개월 만이다. 이번엔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뒤엎은 깜짝 인하였다. 한은은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서 금리 인하 속도와 관련해 ‘신중히’란 문구를 빼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열어놨다.
한은이 금리 인하의 속도를 높인 것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그만큼 심각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1%로 주저앉았고, 믿었던 수출마저 3분기에 물량 기준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한은은 수출 둔화가 일시적인 것이 아닌 경쟁국의 수출 경쟁이 심화하는 등 구조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 환경 변화도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과 하방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고환율, 가계부채, 집값 등은 여전히 불안하지만 지금은 경기 위축에 대응하는 것이 더 급하다고 본 것이다.
특히 경제 체질이 약해지면서 저성장이 고착화할 우려가 크다고 한은은 경고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내렸고, 내년은 1.9%, 내후년은 1.8%로 예상했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2.0%)을 밑도는 수준이다. 1954년 이후 지난 정부까지 연간 성장률이 2%보다 낮았던 건 외환위기 등 5번에 불과했는데, 한은의 예상대로라면 지난해에 이어 현 정부 들어서만 세 번이 되는 셈이다.
이제부터는 정부의 대응이 중요하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내년 성장률이 0.07%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는데, 그것만으론 저성장 탈출이 요원한 것은 자명하다.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구조 개혁, 수출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할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내수를 회복하고 경제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식물 정부’라는 말이 나올 만큼 무력한 지금의 모습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