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꽃바구니 여론 조작” “벼락 맞아 뒈질 집안”… 처음 보는 막장극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28일 23시 27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몸을 앞으로 숙인 채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발언 중인 김민전 최고위원(왼쪽)을 바라보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디지털 공간이라는 게 소수에 의해 과잉 대표될 뿐만 아니라 드루킹 같은 여론 조작도 존재했다”며 한 대표를 재차 겨냥했다. 뉴시스
당원 게시판을 둘러싼 국민의힘 당내 갈등이 막장극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27일 “김건희 여사 고모라는 분이 페이스북에 한동훈 집안에 ‘벼락 맞아 뒈질 집안’이라는 저주의 표현을 썼지만, 우리는 문제 안 삼는다”고 했다. 김 여사 고모가 당원 게시판 논란 초기에 해당 유튜브 영상을 SNS에 소개하며 이런 글을 올렸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친윤 측 공세에 반격한 것이다. 이에 친윤계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017년 비공개 맘카페에서 (국정농단) 특검팀 꽃바구니 보내기 운동을 주도했는데 알고 보니 특검팀 한동훈 검사의 배우자가 여론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한 대표 부인 얘기를 끄집어내 맞불을 놓은 것이다.

28일에도 양측 간에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친윤계에선 당원 게시판 논란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빗대면서 한 대표가 가족을 동원해 당내 여론을 조작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친한계에선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한 대표의 뉘앙스가 달라졌다면서 “임계점에 왔다”고 맞섰다. 이를 놓고 다시 친윤계에서 “게시판 문제를 김 여사 특검과 연계시키는 것은 명백한 해당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유튜버가 이달 5일 ‘당원 게시판에 한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라고 폭로한 뒤 20여 일 동안 집권 여당은 ‘당게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 친윤계에선 ‘가족들이 실제로 글을 작성했는지 한 대표가 밝혀야 된다’고 압박하고, 친한계는 수사를 통해 정리돼야 할 사안이라고 맞설 뿐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8동훈이네” “명태균 덮기네” 하며 갈등만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한 대표는 실체가 뭔지에 대해선 여전히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이 때문에 친한계 일각에서도 “진실이 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친윤은 이참에 그런 한 대표의 리더십을 흔들어 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여당이 이 지경까지 된 것의 근저엔 결국 ‘윤-한 갈등’이 있다. 한솥밥을 먹던 대통령과 여당 수장의 불신과 반목이 당게 논란에 투영돼 내전 수준으로 비화한 것이다. 이런 기막힌 막장극은 처음 본다는 당원들의 탄식도 커져가고 있다.
#한동훈 대표#부인#김건희 여사#고모#당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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