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급여를 어떻게 수령해야 할까. 아직 많지는 않아도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하는 은퇴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연금 수령이 시작된 계좌에서 연금 수령 비중은 2021년 4.3%에서 2023년 10.4%로 2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금액 기준으로 연금 수령 비중은 34.3%에서 49.7%로 증가했다. 퇴직연금 수급 개시 금액 중 절반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셈이다. 2차 베이비부머 등 은퇴 예비군이 많기 때문에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하는 비중은 앞으로도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퇴직급여 수령 방법, 연금 or 일시금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하려면 적립금이 일정 규모 이상은 돼야 한다. 적립금 규모가 커야 노후 생활비에 보탬이 될 만큼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연금과 일시금을 선택한 계좌의 평균 수령액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연금 수령 계좌의 평균 수령액은 1억3976만 원으로 일시금 수령 계좌의 평균 수령액(1645만 원)의 8.5배였다. 그리고 적립금 규모가 커야 절세 효과도 만족할 만큼 얻을 수 있다.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 소득세를 30∼40% 감면해준다. 하지만 퇴직급여가 적어서 세 부담이 작으면, 연금 수령으로 얻는 절세 효과도 반감된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400조 원을 넘어섰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근로자들 중 상당수는 오랫동안 적립금을 키워 왔기에 이전 세대보다 적립금도 많다. 향후 이들이 순차적으로 퇴직하는 10년 동안 연금 수령 비중이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50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향후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하겠느냐고 물었더니, 응답자 중 절반(50.2%)이 그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 연금 수령 기준, 기간 or 금액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한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현재 퇴직연금 사업을 하는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연금 수령 방법은 기간 지정 방식, 금액 지정 방식, 종신 연금 방식, 연금 수령 한도 방식, 수시 인출 방식 등 다섯 가지다. 이 중 50대 베이비부머 직장인이 가장 선호하는 연금 수령 방법은 무엇일까.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하겠다고 답한 50대 직장인에게 이 중 어떤 방법을 선호하느냐고 물었더니, ‘기간 지정 방식’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자(31.1%)가 가장 많았다.
기간 지정 방식을 선택한 연금 수급자는 정해진 기간 동안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그리고 연금 수령 기간이 끝나면 연금 재원은 모두 소멸된다. 연금 수령 기간을 사전에 확정 지을 수 있는 것은 장점이지만, 수익률에 따라 연금액이 변동되는 것은 단점이다. 수익률이 높으면 연금액이 늘어나고, 수익률이 나쁘면 연금액이 줄어든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기간 지정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법에서 최소 연금 수령 기간을 정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연금 수령에 따른 퇴직소득세 감면 혜택을 제대로 누리려면 최소 5년 또는 10년 이상 연금을 수령해야 한다. 이 같은 법정 요건에 맞추려고 기간 지정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가입자가 자신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연금 수령 기간을 조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예를 들면 퇴직 이후 국민연금 수령까지 소득 공백 기간에 맞춰 연금 수령 기간을 정하는 것이다.
기간 지정 방식 이외에는 금액 지정 방식(22.3%)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 수령 주기를 정한 다음 주기마다 받을 연금액을 지정하는 방법이다. 매번 받는 연금액이 일정하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 지출 계획을 수립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문제는 수익률에 따라 연금 수령 기간이 들쑥날쑥하다는 점이다. 다행히 수익률이 좋으면 연금을 오랫동안 수령할 수 있지만, 나쁘면 연금 수령 기간이 짧아진다. 특히 연금 개시 직후에 크게 손실을 보는 경우 연금 재원이 조기에 고갈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 연금 수령, 종신 or 최대 한도 인출
그렇다면 죽을 때까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명보험회사가 제공하는 종신 연금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종신 연금 방식은 연금이 조기에 고갈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는 대신 기간 지정 방식에 비해 연금액이 적다는 게 단점이다. 일단 연금이 개시되면 중도에 해지를 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아둬야 한다.
연금 수령 한도 방식은 법에서 정한 연간 ‘연금 수령 한도’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년 연금으로 인출하는 방법이다.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하는 데 따른 절세 혜택은 누리면서 최대한 많은 금액을 인출하려 할 때 이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퇴직할 때 부채가 남아 있는 은퇴자 중에 연금 수령 한도 방식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 연금 수령에 따른 절세 혜택은 누리면서 가능한 한 많은 금액을 인출해 부채를 조기에 청산하려는 것이다.
수시 인출 방식은 연금 수령액과 기간을 정하지 않고, 가입자가 원하는 때 원하는 금액을 인출하는 방법이다. 퇴직연금 외에 다른 노후 소득원이 있는 경우에 적합한 방법이다. 기본 노후 생활비는 다른 소득원에서 충당하고, 부족한 금액만 퇴직연금 계좌에서 인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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