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이번 주 내로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2일 밝혔다. 상장기업이 합병하는 등의 경우에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상법 개정을 공론화한 뒤 11개월 지나 돌고 돌아 나온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은 100만여 개 전체 법인이 아닌 2400여 개 상장법인만 대상으로 한다. 합병·분할 등 4가지 행위에만 적용돼 소송 남용 등을 막을 수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상법은 회사 전체에 적용되는 일반법이므로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상법 개정을 추진해 온 정부가 왜 진작에 이런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의문이다.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상법 개정 논의를 되살린 건 정부·여당이었다. 올해 1월 2일 윤 대통령이 “이사회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게 시작이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상반기 내내 상법 개정 필요성을 설파했고,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역시 법무부 장관 시절 상법 개정에 대해 “방향에 공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경제계와 학계의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상법 개정에 대한 언급 수위를 낮췄다. 무엇을 바꾸겠다는 건지,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사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자 그제야 반대 의견으로 돌아섰다.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최근에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선회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상대적으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것은 맞다. 하지만 여전히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정당한 이익’이라는 표현은 모호하며, 물적 분할 후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공모 신주의 20%를 우선 배정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 상법이든 자본시장법이든 땜질 식으로 고칠 일이 아니다.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면서도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최적의 방안에 대해 원점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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