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12월 16일 세계 최대 전함 야마토가 태어났다. 만재 배수량이 7만2809t인데, 독일 제국 최대 전함 비스마르크가 5만300t이었다. 전함끼리 포격전을 벌이는 해전은 이미 구식이 되었다. 해전의 승부는 항공모함에서 출격하는 함재기가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때 일본은 묘한 역발상을 한다. 강력한 전함으로 항모를 일거에 격침시킨다면 어떨까?
야마토 한 척을 건조할 비용이면 항모 두 척을 건조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항모가 있으면 함재기도 제작하고, 조종사도 양성해야 한다. 둘 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당시 일본군은 조종사 양성 과정이 지나치게 까다로웠다.
함재기가 적의 항모에 벌떼같이 달려들어도 항모를 격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저런 난제를 제거하면 거대 전함으로 적의 항모를 침몰시킨다는 생각은 꽤 솔깃하게 다가왔을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실전에 투입되자 야마토는 미군 항공기를 피해 다니다가 별 활약도 못 하고 미군 항공기에 의해 침몰하고 만다.
물론 일본군은 태평양의 제공권을 자신들이 장악할 수 있다고 믿었다. 제공권 장악이란 전제하에서 괴물 전함의 활약을 구상한 것이었다. 그러나 필리핀 전투 이후로 제공권을 완전히 상실하면서 야마토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제공권이 아니라도 전함의 비효율성은 명확했다. 항모에서 발진한 함재기는 적의 항모부터 모든 종류의 군함을 격침할 수 있었다. 전함은 항모와 전함만 격침 가능하다. 구축함만 돼도 빨라서 전함의 주포로 대항하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일본군 지휘부는 거대 전함이 지니는 상징성에 매료되었고 최악의 악수를 두고 말았다. 야마토 대신 항모 2척을 건조했더라면 일본은 미드웨이 해전에서 절대로 패할 수 없었고, 적어도 2년간 태평양의 제해권은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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