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출범한 우주항공청 개청일인 5월 27일을 ‘우주항공의 날’로 지정하기로 했다. 우주항공 경제 시대를 선도하고, 우주항공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인다는 취지에서다. 특히 우주항공의 날은 국무회의를 거쳐 ‘국가기념일(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국가기념일은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부가 제정·주관하는 기념일이다. 정부 부처가 주관해 기념일과 관련된 행사를 전국 범위로 할 수 있다. 특히 국가기념일은 달력에도 표기된다. 국민적 의식을 고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국가기념일은 의미가 깊다.
우주항공의 날 소식에 ‘육해공(陸海空)’을 기념하는 날들을 되돌아봤다. 바다의 날, 철도의 날, 항공의 날이 대표적이다. 바다의 날은 5월 31일로 1996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해양 수송 등 바다 산업의 중요성과 의의를 높이고, 해양에 관한 인식을 북돋기 위해서다.
철도의 날은 6월 28일이다. 원래는 9월 18일이었다. 1899년 개통한 경인선(노량진∼제물포)을 기념하려 1964년 철도의 날을 만들었고 1973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그런데 2018년, 해당 철도가 일제의 잔재라는 이유로 1894년 철도국 설립일인 6월 28일로 기념일을 바꿨다.
항공의 날은 10월 30일이다. 국토교통부는 “국내 첫 민간 항공기 취항일인 10월 30일을 항공의 날로 지정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항공의 날은 국가기념일이 아니다. 항공의 날이 적힌 달력을 찾기도 어렵다.
더군다나 민간 항공기의 첫 취항일을 기념한다는 항공의 날의 날짜도 잘못됐다. 첫 민간 항공기 취항일은 1949년 11월 1일이다. 1949년 10월 27일 자 동아일보는 ‘민항 1일부터 운영’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11월 1일 오전 9시 서울∼부산 첫 비행을 한다”고 썼다. 당시 자유신문, 자유민보 등도 11월 1일에 첫 비행을 했다고 보도했다.
1981년 항공의 날 제정 당시, 어떤 이유로 첫 취항 날을 10월 30일로 기억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첫 민간 항공사인 ‘대한국민항공사’가 설립된 1948년 10월 30일을 기념하려 했던 건 아닐지 하는 추측도 해본다.
민항기 첫 취항일인 11월 1일은 현재 물류의 날로 지정돼 있다. 물류의 날 때문에 항공의 날을 바꾼 건가 싶지만, 물류의 날은 1994년에 지정됐다.
항공업계에는 철도청(2005년 해산), 해양수산부, 우주항공청과 같은 독립된 정부 부처가 없어서 항공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우주항공청의 업무 중 ‘항공’의 역할은 매우 미미하다. 항공과 관련된 대부분의 일은 국토부 항공정책실이 담당하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처럼 항공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항공청’이 출범해야만 항공의 날도 국가기념일이 될 수 있을까?
미국은 8월 19일을 ‘내셔널 에이비에이션 데이(National Aviation Day)’로 기념하고 있다. 1939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라이트 형제 중 넷째인 오빌 라이트의 생일을 기리면서 내셔널 에이비에이션 데이를 지정했다. 이날엔 연방 건물과 시설에 미국 국기를 게양하도록 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반세기 이상 대한민국의 하늘길과 수송 보국을 책임져 왔다. 왜 항공의 날만 국가기념일이 아닌지 섭섭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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