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은 마쓰카타 고지로의 서양미술 수집품을 보관하기 위해 1959년에 설립됐다. 이곳의 대표 소장품은 클로드 모네의 ‘수련’(1916년·사진)인데, 놀랍게도 마쓰카타가 모네에게 직접 구입했다. 일본인 수집가는 어떻게 프랑스 거장의 작품을 직접 매입할 수 있었던 걸까.
인상주의의 창시자인 모네는 43세 때 프랑스 파리 근교 지베르니로 이사 와 연못이 있는 정원을 만들어 죽는 날까지 연못과 수련을 그렸다. 이 그림은 온전히 수련만을 강조해 그린 모네의 말년 역작 중 하나다.
마쓰카타가 이 그림은 처음 본 건 1921년 12월 화가의 지베르니 작업실에서였다. 그는 조선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재벌로, 당시 유럽에 머무르며 미술품을 수집하고 있었다. 둘의 만남을 주선한 이는 프랑스 정치인 조르주 클레망소였다. 모네의 취향을 미리 파악한 마쓰카타는 나폴레옹 코냑을 선물로 준비해 갔다. 이를 보자 모네는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며 좋아했다고 한다. 마쓰카타는 작업실을 둘러 본 후 18점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한 번도 진품을 본 적 없는 일본 학생들에게 미술관을 지어 모네의 멋진 그림을 보여주고 싶다고 설득했다. 모네는 작품을 팔고 싶지 않았지만 통 크고 예의 바른 데다 이타심까지 있는 일본인 컬렉터에게 기꺼이 마음을 열고 판매에 동의했다. 동행한 클레망소는 할인을 제안했지만, 마쓰카타는 이를 정중히 거절하며 100만 프랑짜리 수표를 모네에게 건넸다. 그는 이듬해까지 모네에게서 25점을 넘겨받았다.
선물은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가 받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당시 프랑스에서 나폴레옹 코냑은 고급스럽고 특별한 선물의 상징이었다. 프랑스 전통주인 데다 모네가 가장 좋아하는 술이었으니 프랑스 문화와 작가의 취향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받아졌을 테다. 게다가 통 큰 구매 제안까지 받았으니 아무리 모네라도 어찌 거절할 수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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