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돈 벌 생각 하지 말자”… 복리로 쌓인 행복[정성갑의 공간의 재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5일 22시 57분


몇 달 전부터 다양한 집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고 있다. ‘행가집’. 행복이 가득한 집의 줄임말로 집에서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집에 관한 몇 권의 책을 내면서 ‘집에서 행복한 사람이 진짜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을 갖고 있기에 고민 끝에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건축가가 근사하게 지은 전원주택부터 도심 속 타운 하우스, 멀리 강원도로 여행을 온 것 같은 서울 평창동의 단독 주택을 취재하다 보면 ‘집’에 방점을 찍고 과감한 결단을 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에 새삼 놀란다. 각자의 이야기로 오롯하고 풍성한 세계. 집은 그 자체로 커다란 이야기보따리라서 일상의 희로애락이 술술 쏟아진다.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건축가가 지은 집’ 저자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건축가가 지은 집’ 저자
문득, 잘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때도 있다. 지난주에 찾아간 경기 양평의 이규헌, 조은혜 부부와의 시간이 그랬다. 이들 부부는 양평에 단독주택을 짓고 진돗개 세 마리와 산다. 반려견의 이름은 북송(아빠), 천송(엄마), 하리(아들). 순한 눈매의 착하고 듬직한 진돗개들이 마당에서 배를 벌렁 뒤집은 채 놀고 ‘하, 오늘도 윤슬이 좋네’ 하는 표정으로 저 멀리 남한강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방인인 내 마음까지 다 뽀송해진다. 자식들이 행복하기 때문일까. 양평에서 출퇴근을 하는 부부에겐 아쉽거나 부족한 것이 없어 보였다. 비교적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데다 단축 근무제도 활용할 수 있어 1시간이면 충분히 직장에 닿고 무엇보다 주말을 포함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완벽하게 좋은 덕분에 ‘역시 서울에서 살아야 하나?’ 같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단독주택은 아파트처럼 가격이 오르지 않는데, 노후에 괜찮을까?’ 하는 걱정도.

인천 청라 지구에 첫 단독주택을 지어 살 때부터 “우리는 집으로 돈 벌 생각은 하지 말자” 하고 합의를 본 것도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뿌리를 내리며 살게 하는 요인이다. “애초부터 집으로 재테크를 해야지 하는 생각이 없었어요. 그저 좋은 집을 지어서 살면 좋겠다 싶었지요. 주변 선배들이 교육과 부동산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사는 것이 좀 이해가 안 됐어요. 그런 삶은 계속 지나가버리는 삶 같았거든요. 저는 집에 머물고 싶었어요. 비 오는 날에는 거실에서 빗소리를 듣고 여름에는 느긋하게 마당에서 수박을 잘라 먹는 거죠. 부동산 투자를 열심히 하는 분들을 보니 마지막에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평가 금액일 뿐. 당장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돈이 아니고 같은 수준으로 이사를 할라치면 주변 시세도 그만큼 올라 있으니까요. 원하는 삶에 어떻게 하면 이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머무는 시간’을 더 온전히 누리기 위해 남편인 이규헌 씨는 지난가을 회사에 두 달간의 ‘비싼’ 무급 휴직도 신청했다. “직장인으로서 당장의 월급이 어찌 아쉽지 않겠냐마는” 하고 시작하는 그의 소셜미디어 글에는 “한 해 한 해 나이 들어가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그들에게도 특별한 시간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라는 문장도 있다. 그런 남편에게 아내는 파이팅 넘치는 응원을 보낸다. “시간이 가장 비싼 것. 누릴 수 있을 때 누려야지. 돈은 이 누나가 번다.” 하, 눈이 부시게 멋지다.

이 집을 다녀온 후 며칠 동안 이 말이 계속 생각났다. “우리는 집으로 돈 벌 생각은 하지 말자.” 참으로 멋진 생활 철학이다. 그렇다고 가난해지는 느낌도 없다. 행복은 돈으로도 살 수 없으니 마침내 더 큰 부자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행복하고 건강한 일상이 계절마다 복리이자처럼 쌓이니 이것이 부자의 삶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집#라이프스타일#복리#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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