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인사이트]브랜드를 의인화하라… 악평보다 호평이 번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5일 23시 03분



좋은 브랜드는 일반적으로 독특한 개성을 가진다. 이런 개성을 인간에게 빗대 표현하는 것이 바로 ‘브랜드 의인화’다. 브랜드가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어떤 동네와 지역에 살 것 같은지, 어떤 직업과 취미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지와 같은 질문을 소비자에게 던지며 각 브랜드가 의인화되고 관리된다. 브랜드 의인화 요인에 관한 과거 연구들에 따르면 인간이 가진 특징으로 브랜드가 표현될 때 소비자들은 해당 브랜드를 사람처럼 여기게 된다. 예를 들어 브랜드를 홍보하는 문구에 ‘군’ ‘양’처럼 성별을 나타내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붙이거나 금융 앱을 실행할 때 “어디에 자산을 투자해야 할지 제가 상세하게 알려드릴게요”와 같은 1인칭 주어의 메시지를 화면에 노출하면 소비자들로 하여금 해당 브랜드를 좀 더 사람처럼 여기도록 할 수 있다.

제품 디자인에 인간이 가진 속성들을 의도적으로 넣는 것도 의인화에 도움이 된다. 자동차의 헤드램프는 사람의 눈으로, 라디에이터 그릴은 코나 입으로 표현될 수 있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사람 얼굴이 연상되는 형태로 자동차 외관 전면부를 디자인하는 것만으로 소비자가 자동차를 사람처럼 여기도록 할 수 있고 이는 소비자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날카로운 인상보다 웃는 인상의 얼굴이 연상되는 전면 디자인을 가진 자동차에 대해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과거 연구들이 브랜드 의인화 요인에 집중했다면, 홍콩폴리텍대와 홍콩과학기술대,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공동 연구진은 의인화된 브랜드가 그렇지 않은 브랜드에 비해 어떤 입소문 효과를 만들어 내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실험을 기반으로 한 연구를 통해 의인화된 브랜드의 입소문에 대한 영향을 테스트했다. 예를 들어 가상의 선글라스 브랜드 ‘AMR’을 만든 뒤 제품명을 ‘Mr. AMR’로 짓고 선글라스 디자인에 인간적인 요소를 넣어 의인화된 브랜드를 만들었다. 비의인화된 조건에서는 선글라스를 단순히 브랜드명으로 지칭하고 인간적인 디자인 요소를 부각하지 않았다.

연구 결과, 의인화된 브랜드가 비의인화된 브랜드에 비해 긍정적인 입소문을 더 이야기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기저에는 ‘인상 관리’라는 심리적인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었다. 인상 관리 메커니즘에 따르면 사람들은 입소문을 전달하는 대상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중요하게 생각한다. 즉, 입소문을 전달하는 대상에게 가능한 한 긍정적인 인상을 남기려는 심리적인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사람들이 타인에 대한 비방을 전달할 때 그런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평판이 나빠질까 걱정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런 이유로 인상 관리 욕구가 커질 때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소비와 관련된 더 긍정적인 입소문을 이야기하려 하고 부정적인 입소문은 덜 이야기하려는 경향이 있다.

연구진은 상대적으로 의인화된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 같은 인상 관리 메커니즘이 강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가급적 다른 사람의 흉을 많은 이에게 전달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제품이 인간적으로 여겨질수록 해당 제품에 대한 흉을 전달하지 않으려는 심리적인 기제가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즉, 제품이 더 인간적으로 여겨질수록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의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은 이에게 전달하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제품의 질이나 객관적인 선호도에 관계없이 비의인화된 브랜드에 비해 의인화된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입소문이 더 많이 전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의 연구들은 소비자들이 자기 표현의 한 축으로서 브랜드 의인화를 해석하는 데 집중했다. 한마디로 소비자는 결국 선택하고 소비하는 제품을 통해 자신의 특성과 정체성을 드러내길 원한다. 이런 이유로 많은 브랜드가 핵심 타깃 소비자들이 타인에게 드러내고자 하는 내적 정체성을 분석하고 이를 브랜딩에 반영하는 마케팅 활동을 펼쳐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브랜드와 소비자의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단순히 브랜드 자체를 인간적으로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만으로 긍정적인 입소문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브랜드를 만드는 기업들에 소비자와 직원이라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그들이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어떤 인간적인 관계를 느끼도록 하는지도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준다.

※ 이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05호(11월 2호) ‘브랜드를 의인화하면 입소문 널리 퍼져’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브랜드#의인화#호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